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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탤컷 파슨스는 ‘환자 역할(sick role)’을 개념화하여 환자는 건강한 몸으로 해오던 역할들을 면제받는 대신 치료에 협조하기로 상정되어 있다고 했다.
현실에서 환자가 강요받는 역할은 훨씬 더 촘촘하다. 건강한 사람들은 환자의 행동거지와 마음가짐까지 통제하려 든다. 술·담배는 물론이고 격한 운동과 스트레스도 금기시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 몸만 생각하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인 조언들은 지나치게 통제적이며 자주 서로 어긋난다.
사회운동가 김도미가 신랄한 어조와 성실한 취재로 암 치유 문화의 실상을 파헤친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가 출간됐다.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는 온갖 항암식단이 쏟아져 나오지만 한데 모아놓으면 골고루 먹으라는 결론이 나온다. 저자는 “각개전투하듯 해다 먹이는 항암식단이 아니라 제도와 관계망을 통해서 건강해질 수 있다”는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병원의 ‘3분 진료’ △민간보험이 있어도 감당하기 힘든 의료비 부담 △노인과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돌봄 제도 등이 환자들을 과열된 암 치유 문화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백혈병은 오랜 세월 비련의 여주인공을 상징했고 암은 여전히 숱한 캠페인 구호에서 자연이 인류에 내리는 재앙의 증거로 호명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 쪼대로’ 아플 수 있다는 희망적 가능성을 보여 준다.
‘치유자’의 깨달음이 아닌, 두려움에 떨면서도 존엄을 잃지 않는 한 사람의 하루하루를 경험하게 하는 암 경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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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획 ‘반대세의 비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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