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밸류업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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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금융 4사 KB금융보다 순이익 2365억 많아
생명·화재·카드·증권 3분기 누적 손익 4조6055억
밸류업 발표는 6개월째 감감무소식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1-18 12:38:01

▲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의 3분기 누적 별도 순이익은 총 4조6055억 원으로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연결 순이익 2조7815억 원)을 2356억 원 앞섰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전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삼성 금융계열 4곳의 실적이 은행 금융지주를 또 넘어섰다.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의 합계 누적 순이익은 4조6000억 원을 초과하면서 ‘리딩금융’ KB금융을 2000억 원 넘게 따돌렸다. 다만 호실적에도 밸류업은 감감무소식이다. 4개사 모두 밸류업 공시를 발표하지 않았다. 주가는 하향 곡선을 탔다. 몸집이 커진 만큼 밸류업에 대한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카이데일리가 18일 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증권·삼성카드의 분기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이들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4조6055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3조6540억 원) 대비 26% 늘어난 규모다. 삼성자산운용 등 비상장사를 제외하고 상장사 4곳의 별도 손익을 더한 값이다.

생보·손보·증권·카드 4개사만으로 은행 금융지주를 모두 앞섰다. 올 3분기까지 KB금융은 4조3699억 원·신한금융은 4조1243억 원·하나금융은 3조2474억 원·우리금융은 2조7174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리딩금융인 KB금융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간 손익 격차는 2356억 원이다.

앞서 삼성그룹 금융계열 4곳은 2분기에도 3조2008억 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리먄서 금융지주 1위인 신한금융(2조7988억 원)을 앞질렀다. 4대 금융지주의 연결 대상 종속기업이 은행·보험 등을 포함해 11~17개인 것을 고려하면 삼성 금융 4곳의 수익성은 이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업종별로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 별도 순이익이 1조5508억 원으로 은행 금융지주 계열 1위 생보사인 신한라이프(4856억 원)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같은 조건으로 삼성화재(1조8344억 원)는 KB손해보험(7589억 원)보다 1조755억 원 높았다. 삼성증권(6912억 원)은 KB증권(5393억 원)보다 1519억 원 컸다. 삼성카드(5291억 원)만이 신한카드(5510억 원)보다 소폭 적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역대급 실적을 올렸음에도 밸류업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한 결과 삼성생명·화재·증권·카드는 밸류업 공시를 내지 않았다. 5월 말 KB금융을 시작으로 금융사 14곳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자율공시)’ 또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안내공시)’를 공시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 금융계열 4곳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일 기준 △삼성생명 0.44배 △삼성화재 0.96배 △삼성증권 0.60배 △삼성카드 0.53배로 모두 1배 미만이다. 이는 회사의 청산가치보다 시가총액이 더 적다는 뜻이다. 저평가된 상태에서 밸류업 미공시는 실망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

밸류업 외면 속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15일 기준 삼성생명 주가는 9만7600원으로 한 달 전(10만100원)보다 2.5% 떨어졌다. 이 기간 삼성화재도 35만4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5.6% 하락했다. 삼성증권(4만4450원)·삼성카드(3만9400원) 주가 하락 폭도 각각 4.7%·4%에 달했다.

몸집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 금융 4곳의 합계 시가총액은 43조9485억 원으로 KB금융(35조2601억 원)·신한지주(27조3544억 원)·메리츠금융지주(19조4153억 원)·하나금융지주(16조9759억 원)·우리금융지주(11조7998억 원) 등 금융지주 시가총액을 크게 앞선다. 삼성생명(19조5200억 원) 하나만 따져도 웬만한 금융지주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정도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밸류업 공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이주경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15일 기업설명회(IR)에서 “밸류업 공시를 위해서는 회사의 중장기적인 전략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며 “올해 경영실적 등을 토대로 내년 경영 계획과 향후 회사가 실행 가능한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있고 이를 충실히 반영하는 대로 공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삼성화재도 밸류업 공시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준하 삼성화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4일 IR에서 “최근 자사주 보유와 관련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이 안 되는 상황이고 밸류업 관련해 정부의 세법 정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중장기 자본 활용 계획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공개 시점을 미루고 추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카드도 비슷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여부나 시기·내용 등에 대해 확정된 게 아직 없다”며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도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등 다양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고 계획이 수립되면 안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