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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두고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재 방안으로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 뿐이라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초안)’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등과 공동으로 토론한 결과를 토대로 현행 국민연금이 ESG 평가지표를 시대적 흐름에 맞게 재검토하고 개정해야 한다는 등 내용의 성명서를 29일 발표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사회책임투자 등을 실시할 때 재무적 요소들과 함께 고려된다.
최근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로드맵’이 담긴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9월 중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초안은 크게 논의 필요사안. 주요 추진사항 등으로 돼 있다. 이 중 논의 필요사안은 △책임투자 대상 자산군 △책임투자 전략 △위탁펀드 규모확대 △벤치마크 변경 및 공개 등이다. 주요 추진사항은 △책임투자 원칙 등 지침 제·개정 △책임투자 담당조직 역량강화 △기업 ESG 정보공시 제도 건의 △책임투자 위탁펀드 운용 내실화 △기금본부 ESG 평가지표 결정·개선 및 평가결과 활용도 제고 등이다.
이에 성명서는 “우리는 초안으로 공개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보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국민연금의 위상을 단순히 수많은 공적연기금 중 하나라는 축소지향적 자기인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성명서는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를 비판했다. 현행 국민연금의 ESG 평가지표는 ESG 영역에 13개 이슈와 52개 지표(환경 3개 이슈 12개 지표, 사회 5개 이슈 21개 지표, 지배구조 5개 이슈 19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기업 ESG 관련 위험수준을 반영하거나 수익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기적으로 개선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성명서는 국민연금의 현행 ESG 평가지표가 글로벌적인 ESG 이슈와 흐름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성명서는 “이 지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와 위험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 이슈에 대해 국민연금은 민감하게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기후변화 이슈는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공시)와 NGFS(녹색금융네트워크) 등 금융규제당국이 중심이 되어 규제의 틀로 수렴해 나가고 있다. 또 전 세계 수백개 주요 연기금·투자기관들은 CDP를 활용해 기후변화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은 온실가스관리시스템, 탄소배출량, 에너지소비량이라는 평가지표만을 보고 있다.
이어 성명서는 재무적 리스크로의 전환이 더욱 커지고 그 사례가 입증되고 있는 인권과 노동지표를 판단할 수 있는 ESG지표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현행 ESG 지표로는 해당 문제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성명서는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와 수탁자책임위원회 권한 축소 비판 등도 비판했다. 사회책임투자의 핵심 ESG 평가지표는 개별기업의 투자의사결정, 주주권행사 기준 등으로 직접 활용된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규모 등을 살펴봤을 때 국민연금의 ESG 평가지표는 곧 자본시장 전체의 ESG 고려 방향성이자 투자대상기업의 전체의 사회적 책임 실행을 위한 지침서가 될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 7월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해당하는 700조 원의 적립금을 가졌다. 2200만 명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ESG 평가지표를 기금본부가 결정하되, 필요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에서 논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성명서는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의 이와 같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을 ‘허수아비’나 ‘면피용 방패막이’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ESG 전문가로 추천된 위원들에게 ESG 평가지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성명서는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 개선·변경 사항과 관련해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의 의견수렴을 의무화 하고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에게 ESG 관련 안건제안 및 회의소집 요구권 부여를 강력히 촉구했다.
성명서는 “우리는 현행 국민연금의 ESG 평가지표를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고 개정하기를 촉구하며 공개적인 방식으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기를 요구한다”고 전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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