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 전자처방 의무화제도가 28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정부와 수의사협회, 관련 약업계 등에서는 각기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보호자 입장에서는 꼭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동물 보호자에 ‘처방번호’ SNS로 전송
동물약에 대한 수의사 처방제는 지난 2013년 8월부터 시행됐다. 오남용이 우려되거나 사용상 수의사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처방대상 동물약은 수의사 처방에 따라 구매하고 사용하도록 한 제도다. 처방대상 동물약은 사람으로 치면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 셈이다.
그러던 것이 28일부터는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한 후 반드시 전자처방전을 발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임상수의사는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전자처방전을 발급해야 한다.
전자처방전 발행 과정을 살펴보면 임상수의사가 처방전 발행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약을 처방하면 해당 내역이 수의사처방관리시스템으로 전송된다. 이때 동물 보호자에게도 문자메시지 등 SNS를 통해 처방번호가 전송된다. 동물 보호자는 이 처방번호를 가지고 가까운 동물약품 도매상이나 동물약국을 방문한다.
그러면 동물약품 판매자는 처방전 확인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처방내역을 확인하고 동물 보호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동물병원에서 동물 보호자에게 처방전 발행 프로그램을 통해 프린트한 종이처방전을 발행할 수도 있다.
기존처럼 수기로 작성된 종이처방전에 수의사의 도장을 찍어 발행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런 규정을 위반하면 과태료도 부과된다. 이처럼 전자처방전을 발행해야 하는 수의사는 2019년 기준 7099명이며 동물병원은 4526곳이다.
전자처방전 발급 비율 20% 불과…처방전 불법 발행 차단
수의사전자처방관리시스템(www.evet.or.kr)으로 발급해야 하는 처방대상 동물약은 133개 성분 2084품목에 이른다. 2013년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되는 당시에 비해 36개 성분 1000품목이 늘어났다.
처방대상 동물약을 살펴보면 △요힘빈, 아세프로마이신 등 동물용마취제 18개 성분(66품목) △옥시토신, 인슐린, 에스트로겐 등 동물용 호르몬제 34개 성분(166품목)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등 동물용 항생·항균제 32개 성분(1555품목) △브루셀라병 백신 등 생물학적 제재 21개 성분(93품목) △아트로핀, 헤파린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동물약 28개 성분 204품목이다.
정부는 수의사 처방전제가 시행된 다음해인 2014년부터 수의사전자처방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발급된 건수는 첫해 1만4862건에서 2019년 4만6964건, 월평균 3900여건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수의사법 개정안이 논의되던 2017년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서는 수의사 전자처방전 발급비율이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80% 이상이 수기로 된 종이처방전을 발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처방전에 나타난 동물약의 처방 실적과 실제로 판매 및 사용된 규모가 서로 맞지 않는 등 처방실적 통계가 정확히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전자처방전을 발행할 경우 처방전 발급과 동물약 판매현황 등에 대한 확인이 수월해 통계작성에 기여할 수 있고 수의사 도장을 동물약 도매상에 위탁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 처방전 부정발급 사례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를 주관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전체적으로 어떤 동물에게 어떤 약이 사용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면서 “항생제 등을 많이 사용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처방대상 동물약 확대, 반려동물 보호자에 부담 증가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수의사 전자처방 발급 의무화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수의사 처방제도에서 전자처방이 의무화됐다고 해서 진료비나 약값에서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의약품을 조제받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비용이 지원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특히 수의사 전자처방전 발급 의무화와 함께 정부는 처방대상 동물약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미 지난 2013년에 비해 2019년 1000품목 정도가 늘어났다. 동물 보호자 입장에서는 처방전 없이 동물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오는 6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심장사사충약 이버멕틴과 4종 종합백신 등에 대해 고시 개정을 통해 비처방약에서 처방대상약으로 지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동물약품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해 처방 대상 동물약을 확대할 방침을 갖고 있다”면서 “동물 보호자에게는 긍정적이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의약품은 현재 동물약국 등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되지만 처방대상으로 지정되면 동물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상승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동물약 판매자로부터 4종 백신을 구입하면 5000원 정도이며 자가접종이 가능한데 동물병원으로 가면 접종비용이 최소 2만5000원⁓3만원이 소요된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처방대상 동물약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동물보호자의 비용 부담은 커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동물약품 업계 관계자는 “예방백신은 모든 프로토콜이 정해져 있어 특별한 진료가 필요 없다”면서 “주사를 놓은 자리에 화농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30만분의 1에 불과한데도 위험성을 과대포장해 소비자에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수의사회도 수의사 전자처방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아직도 수기처방을 하는 고령의 수의사가 적지 않고 새로운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과태료 부과 규정 신설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반반을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항생제 등 약물 오남용을 줄여 동물보호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 제도의 적용 대상들은 각기 다른 입장을 띠고 있는 것이다.
[홍대업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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