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또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에 다시 ‘긴축 공포’가 번지고 있다. 강한 미국 경기와 물가 압력에 국채금리가 치솟자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졌다.
대신증권은 29일 발간한 ‘퀀틴전시 플랜’에서 추석 연휴 사이 미국 국채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증시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제약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 미·중 무역갈등 완화 등 긍정적 재료가 나왔지만 금리상승 부담이 이를 압도했다는 해석이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4.91%, 10년물은 5.20%, 30년물은 5.51% 수준까지 올랐다. 9월 S&P Global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4로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미국 경제의 견조함을 보여줬다.
올해 연준의 통화정책 궤적을 보면 시장이 긴장하는 이유가 더 뚜렷하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p 인하한 뒤 올해 상반기에는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 9월 FOMC에서 다시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 쪽으로 기울었다.
연준의 9월 경제전망에서도 올해 말 연방기금금리 전망치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빠르게 둔화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와 안나 폴슨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매파적 메시지를 내놨다.
시장도 빠르게 움직였다. CME 페드워치 기준 10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70.3%까지 높아졌다. CME 페드워치는 30일물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을 토대로 향후 FOMC 금리 결정 확률을 계산하는 지표다. 연준의 공식 전망은 아니지만 실제 시장 참가자들의 베팅이 반영되는 만큼 금리 기대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바로미터로 쓰인다.
대외적으로는 중동발 유가 불안도 연준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물가 둔화가 늦어지고 기대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에도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미·중 관계에서는 일부 긴장 완화 신호가 나왔다. 양국은 기존 무역합의를 2개월 연장하고 비민감 품목에 우대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관세와 희토류, 첨단기술 규제 등 핵심 쟁점은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금리인상 공포에 코스피 6900선 붕괴… 반도체 직격탄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채 수익률이 높아져 상대적으로 주식의 투자 매력이 낮아지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늘어난다. 특히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중요한 성장주는 금리가 높아질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다.
이 같은 충격은 국내 증시에도 나타났다. 28일 코스피는 2.70% 하락한 6889.74로 마감하며 6900선을 내줬다. 외국인은 3조2403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조174억 원을 팔았다. 개인은 2조6053억 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최근 상승을 주도했던 AI·반도체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5.4%, SK하이닉스는 5.1% 하락했고 SK스퀘어와 한미반도체도 각각 7.6%, 3.7% 떨어졌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오라클 데이터센터 지연 우려까지 겹치면서 AI 밸류체인 전반에 매물이 몰렸다.
반면 한화솔루션은 14.2%, OCI홀딩스는 10.9% 뛰었고 대우건설은 7.1%, SK이노베이션은 6.0%, S-Oil은 4.2% 상승했다. 고금리에 민감한 AI·반도체에서 개별 호재가 있는 업종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난 모습이다.
앞으로 시장은 10월 FOMC 전까지 발표되는 미국 물가와 고용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물가와 고용이 예상보다 강하면 추가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리고, 반대로 경기와 물가가 빠르게 식으면 최근 치솟은 국채금리와 금리인상 기대도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
시장의 시선은 다음 달 27~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향하고 있다. 연준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28일 오후 2시 금리 결정을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로는 29일 오전 3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30분 뒤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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