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서울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아파트 전·월세 시세가 폭등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연이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시장 안정화 조짐이 보이지 않자 이번에는 표준임대료 도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표준임대료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법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가까운 시일 내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이를 두고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우려감이 맴돈다. 표준임대료가 현실화된다면 집주인들은 줄어드는 임대 수익에 임대 사업을 포기하는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공급이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 안정화 꾀한 임대차3법…결과는 전·월세 시세 폭등
서울과 수도권 전 지역을 규제로 묶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여당은 다주택자를 옥죄기 시작했다. 집값이 잡히지 않는 원인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발심을 가져 버티기에 돌입한 다주택자들에게 있다고 본 결과였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율을 크게 올리고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을 도입했다.
세율을 높이고 임대차 3법을 도입해 다주택자의 메리트를 없애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이란 게 정부의 계산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오히려 전·월세 시장 불안 현상은 심화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보유세를 비롯해 양도세, 증여세까지 크게 올린 데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과 3기 신도시 공급계획을 가시화한 것이 화근이 됐다.
공급계획이 가시화되자 주택 실수요자들은 추가 공급을 노리는 청약대기 수요자로 즉각 전환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전·월세 거래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대기 수요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양도세까지 크게 올라간 탓에 다주택자들은 당장 매각하기보다 증여, 전·월세 임대료 인상, 반전세 전환 등을 통해 세부담을 완화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결국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세매물은 씨가 마랐고 간혹 나오는 매물은 기존에 비해 시세가 몰라보게 급등했다. 일례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전세는 지난달 8억5000만원 계약 이후 불과 열흘이 지난 9월 초 1억이 오른 9억5000만원 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염창 롯데캐슬 전용면적 84㎡의 경우도 전세가 7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같은 평형의 전세거래(5억8000만원)와 비교해 무려 1억2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중랑구 ‘면목두산’ 전용 84㎡의 경우도 지난달 4억3000만원에 전세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일부 지역에선 신고가 경신뿐 아니라 전셋값이 매매값 보다 비싼 ‘깡통아파트’까지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마에스트로캠퍼스타운’ 아파트 전용면적 14.49㎡은 지난달 4일 1억8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열흘 뒤 같은 면적, 같은 층의 호실이 1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매매 가격이 전셋값보다 3000만원 낮은 것이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달 들어 서울 평균 전세 실거래 가격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직방에 따르면 이달 서울 전세 실거래 평균가격은 4억3301만원으로 전월 대비 1365만원 가량 상승했다.
부작용 일자 표준임대료 후속대책 검토…“순기능보다 부작용 더 많을 것”
임대차 시장 불안 현상이 날로 심해지자 정부·여당은 또 다른 대책을 시사했다. 임대차 규제의 후속대책인 ‘표준임대료’ 도입이 그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6월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되고 우리나라 전체적인 임대차 시장 정보가 쌓이면 표준임대차 도입도 생각해볼 문제다”고 말했다.
이후 여당 의원들은 표준임대료 관련 법안까지 발의하면서 정부 후속대책 도입에 힘을 보탰다. 국회에 따르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표준임대료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가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임대료를 도입하고 표준임대료는 해당 주택 공시가격의 120% 이내에서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고있는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표준임대료의 후속대책까지 마련했다. 윤 위원장은 표준임대료가 도입되면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분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에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임대료 적정여부 및 강제 조정 권한을 갖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 권한 강화 법안을 발의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여당이 표준임대차 도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가까운 시일 내 관련 법안이 추진돼 즉시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값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가 법안 도입 시기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표준임대료 도입 시 실효성 문제와 부작용 발성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섣불리 표준임대료 제도를 시행하면 임대료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려는 도입 취지에 따른 순기능보다는 공시지가와 표준임대료에 대한 이의제기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를 회피하려는 또 다른 탈법·꼼수 등이 난무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갈등 사례만 속출할 가능성도 높다”며 “결국 임대사업을 사업을 포기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공급이 더욱 축소될 것이다”고 경고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부동산이란 본래 정가가 없다”며 “상품의 건축용도라던지, 내외부 인테리어, 층수의 선호도, 건축연도, 입지 등이 모두 다르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개인 사정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를 정부가 임의적으로 조정을 하면 임대가 줄어들고 임대를 한다 하더라도 주거 환경 개선은 임차인들의 몫이 된다”며 “결국 임차인들의 주거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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