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전 세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탈원전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인 정부가 탈석탄까지 동시에 이뤄낼 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 에너지 대란에 따른 각종 파장과 전기료 인상에 따른 국민 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그럴듯한 단어로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눈속임 성격이 짙다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적 관심에 ‘개념행동’ 평가받는 탄소중립…정부·지자체 앞다퉈 동참·실행
최근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가 국제사회의 가장 큰 이슈로 부상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은 지난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위험 요소로 기후변화·자연재해·생물다양성 소실 등을 5위 내에 꼽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제 해결 행보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도 비교적 큰 편이다. 소위 ‘개념 행동’으로 불리며 긍정적 평가를 얻곤 한다.
문 대통령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동참했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언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제거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석탄발전 감축과 신재생 에너지 확장 등을 공언했다. 석탄발전을 줄이지 않고선 탄소중립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또 석탄발전을 줄이면서 부족해진 에너지를 채우려면 신재생 에너지 확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800만t인데 그중 상당 부분이 석탄발전에 의해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수소차 보급, 저탄소·그린산업단지 조성 등의 계획을 밝혔다. 정부 역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계획기간 2020∼2034년)의 초안을 통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현재 60기에서 오는 2034년까지 그 절반인 30기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폐쇄한 4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포함해 문 대통령 임기 내 석탄화력발전 10기를 폐쇄하고 오는 2034년까지 20기를 추가로 폐쇄한다는 단기목표도 설정했다.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주요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 역시 탈석탄 행보에 가속 폐달을 밟고 있다. 서울, 경기, 충남 등은 세계 34개 국가와 33개 지방정부 등 전체 111개 회원 단체를 두고 있는 탈석탄 동맹에 가입했으며 인천도 이 단체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탈석탄 동맹은 지속적인 석탄사용 에너지 발전을 탈피하고자 노력하는 국제단체다.
충청남도에서 시작된 ‘탈석탄 금고’ 정책에도 56개 지자체·교육청이 참가하기로 했다. 탈석탄 금고는 자치단체 등이 재정을 운영하는 금고를 선정할 때 평가 지표에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항목을 포함시킴으로써 금융기관의 석탄화력발전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원전도 폐쇄, 석탄발전도 폐쇄…날씨 따라 바뀌는 풍력·태양력만으로 전기수급 가능할까”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전 세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에는 이견은 없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인 현 정부가 동시에 탈석탄 정책까지 실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에너지 공급 구조상 탈원전·탈석탄을 동시에 진행하면 에너지 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는 발전설비 중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0년 27.1%에서 2034년 14.9%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새로 건설되는 석탄발전 7기(7.3GW)까지 포함하면 석탄발전 설비 규모는 2020년 34.7GW에서 2034년 29GW까지 줄어든다. 원전 역시 8차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2020년 25기(24.7GW), 2024년 26기(27.3GW)까지 늘어난 뒤 2034년 17기(19.4GW)로 점차 줄어든다. 2020년에서 2034년까지 원전 비중은 19.2%에서 9.9%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탈원전·탈석탄에 따른 전력공백을 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국민부담 증가라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를 2034년 78.1GW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15.1%에서 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LNG와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는 석탄·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비싸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은 비싼 발전단가와 더불어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천차만별이라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상 태양광, 풍력 등에만 의존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설령 가능하더라도 비싼 가격이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탈원전·탈석탄 동시 추진은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석탄발전소에서 일하는 발전노동자의 고용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노총 산하 발전5개사 노조는 탈석탄 정책 좌담회를 개최했으며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석탄관련 산업 분야의 수출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도 최근 탈석탄을 공언하며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필리핀 수알-2,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바메시, 인도네시아 자와-9·10, 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및 운영 등 4개 사업도 2건도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중단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전이 사실상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 중단을 공식화하자 관련업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한전을 비롯한 발전공기업의 주 수출원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포기할 경우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기업의 부실은 결국 국민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경영계 역시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 상황에서 급박한 탄소제로 정책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않는 이상 정부의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오정근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하면서 탄소중립이 전 세계적인 아젠다로 떠올랐다”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야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대안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진행함으로 인해 LNG 발전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며 “하지만 LNG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해 정책의 모순이 발생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특히 오 원장은 “4차 산업혁명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데 탈원전과 탈석탄이 동시에 진행되면 이를 뒷받침할 수 없다”며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태양광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풍력은 지형적으로 맞지 않는다. 특히 막대한 설비비용 대비 효율이 크지 않아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성우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