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박정은 기자]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첫 번째 국정 과제로 삼고 다양한 분야에 메스를 들이댔다.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문 정부는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포함해 많은 이를 재판하고 감옥에 보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와 불공정, 결과의 부당함 등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 행위 역시 의심을 받고 있다. 공정과 정의가 아닌 오로지 권력행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국민 여론이다.
전 정부 찍어내기 급급… 유명무실해진 공무원 사회 적폐청산 TF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과 동시에 확립된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는 총 100대 국정 과제가 담겼다. 이 중 첫 번째는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해당 국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현 정부는 국정농단을 일으킨 각종 적폐 분석, 공작정치 등 특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 등을 위해 각 부처별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전담팀)을 설치했다. 같은 사안을 중복 조사하는 ‘옥상옥’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직접 나설 경우 국민 통합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2018년 말 국회 정무위원회가 각 부처별 적폐청산TF 19곳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교육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곳만이 국정농단 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TF를 설치했다. 기획재정부, 외교부, 통일부, 보건복지부 등 13곳은 적폐청산 목적에 적합하지 않는 ‘조직 혁신용 TF’를 구성했다. 과학기술정통부, 국가보훈처, 행정안전부 3곳은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적폐청산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수립 등을 주관하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적폐청산 TF 구성 및 운영 등 이행 사항을 점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권익위는 2017년 성과관리 시행계획에 부처 TF 구성을 통한 국정 농단 조사와 개선 사례 발굴, 2018년 백서발간 등을 명시하기로 했지만 실제 시행계획에는 해당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범정부 국정관리 시스템인 ‘온-나라 국정과제관리시스템’에도 적폐청산 이행 계획, 추진실적 등은 등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론 안팎에선 청와대가 각 부처의 배경이나 상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적폐청산을 추진하다 보니 대다수 부처의 적폐청산 TF가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가 주도한 각 부처별 적폐청산 TF는 과거 정권의 잘못을 들춰내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결국 TF 목적이 조직 개편 등으로 변질됐다”며 “부처별 적폐청산 TF는 청와대의 무리수였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적폐라는 것은 가치중립적인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집권 세력의 역사·사회관, 가치관, 이념 등에 따라 달라지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적폐청산은 사람·정책·제도를 청산하는 것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문재인정부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 등 사람과 정책 청산에만 주안점을 두다 보니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과거 정권의 사람과 정책의 흔적을 지우려다 보니 당초 목적이었던 적폐청산이 아닌 정치보복을 행하는 셈이 됐다”며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이 처음부터 잘못된 제도나 관행을 청산하는 쪽으로 진행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권력형 비리 등장하자 급속 추진된 검찰개혁…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 찍어낸 文정부
문재인정부가 권력기관 개혁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에도 대다수 국민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이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각종 권력형 비리가 수면위로 부상한 시점에 맞춰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정부·여당은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국정원법)’ 개정안 등 소위 ‘권력기관 개혁 3법’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야당의 동의 없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등 권력기관 개혁과정에서 각종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면서 결과 또한 국민적 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일례로 공수처는 검찰의 권한 분산이란 본래 목적보다 새 권력기관 탄생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한 역시 대통령과 정치인은 제외하고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관만 기소 대상에 포함되는 등 기형적 형태의 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공수처 기소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대통령과 정치인 등에 대한 막대한 수사 자료를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이 기소권 행사 여부를 판단하면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결국 검찰의 권한 축소 등을 통해 개혁을 주창해 온 정부가 스스로 검찰에 권력을 쥐어주는 것도 모자라 엄한 권력기관만 추가로 만들어 냈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동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현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검찰개혁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업무배제 조치를 하는 등 무리하게 찍어내는 모습을 보인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검찰개혁을 추진한 당사자들의 특혜 논란은 국민적 공분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조국 전 장관 가족들이 사회적 지위와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딸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스펙을 쌓았고 이를 대학 진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에 활용했다는 논란은 우리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다. 그러한 스펙을 만들 여건조차 되지 않는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 박탈감이 특히 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의원은 “정부·여당 스스로 신 적폐가 된 상황이다”며 “적폐청산을 부르짖던 조국과 추미애는 새로운 적폐세력이 되면서 적폐청산은 프레임 싸움과 여야의 정쟁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은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는데 현 정부의 적폐청산은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정부를 지지하던 국민이 하나둘 돌아서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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