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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시대’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전기차와 더불어 자동차 산업계의 핵심 먹거리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운전자의 편의를 돕고 교통체증 등 도심 교통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자율주행차는 이동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국민 삶의 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관련 법제도 및 도로 등 인프라가 미흡하다는 점과 미국, 중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기술력이나 상용화 진행 현황이 더디다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시장에 대한 연구, 투자, 개발 등을 활성화하고 적극적인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율주행차, 20일부터 일반도로 달린다
앞으로 자율주행시스템과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법적 정의 및 규정이 신설되고 자율주행차 운전자의 준수사항과 위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된다. 일반 자동차처럼 자동차 운전자에게 안전거리 유지, 서행 또는 일시정지 등 보행자 보호 의무가 부과되는 셈이다.
법제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이달 2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완전 자율주행차가 아닌 자동차를 모는 운전자는 자율주행시스템의 직접 운전 요구에 지체없이 대응하고 조향장치 등을 직접 조작해 운전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2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같은 규정이 신설됨으로써 자율주행자동차가 일반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 정부부처는 2027년부터 운전자 개입없는 레벨4 자율주행차도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크게 5단계로 나뉜다. 1~2단계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일부 주행기능을 담당하지만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한다. 레벨3부터는 시스템이 전체 주행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든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 시스템의 세부 단계는 △시스템이 일정 구간 자율 주행하고 돌발 상황 발생 시 운전자가 개입하는 단계(레벨3) △탑승한 운전자가 운전에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모든 안전 상황을 제어하는 단계(레벨4) △운전자 없이 차량이 목적지까지 모든 운전 상황을 자율적으로 주행하는 단계(레벨5) 등으로 구성된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율주행 시장에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서부터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정보통신업계까지 뛰어들며 한판승부를 벼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곡선주행이나 차선변경, 고속도로 진·출입 등을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주행 3단계 기능(고속도로 파일럿·HDP)이 탑재된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G90'을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현대자동차의 계열사 기아차는 HDP를 비롯한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능을 2026년부터 모든 신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기아, 제네시스 등 그룹 내에서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에도 HDP를 순차적으로 탑재해 이용자 편의 증진에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레벨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자율주행 플랫폼 전문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와 손잡고 자율주행 실증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자동차, ICT(정보통신기술) 등 업계에서 자율주행차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장 규모 또한 확대되는 추세다. 특허청이 일본야노경제연구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5년 1549억달러(약 190조원)로 예상되며, 2035년에는 1조1204억달러(약 1370조원)로 껑충뛰는 등 연평균 41% 비율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도 2020년 1500억원 규모에서 2035년이면 26조원 규모로 몸집을 크게 불릴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의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뢰도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자율주행차 사용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의 ‘2020 글로벌 자동차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소비자의 자율주행에 대한 ‘불신’ 정도가 2018년 54%에서 2019년 49%, 2020년에는 46%로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만 하다.
선진국 대비 2, 3년 뒤처진 제도·기술력… “네거티브 규제가 성장 원동력”
자율주행 관련 기술과 소비자들의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국내 자율주행 관련 시험·실증 도로 등 인프라와 보험, 관련 법 제도, 기술력 등은 선진국 대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5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진행한 ‘자율주행차 산업현황과 발전과제’ 포럼에서 조창성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스마트안전실장은 “미국과 중국 기업이 운영하는 전체 자율주행 차량은 각각 1000대 이상인 반면 국내 자율주행 시범서비스 차량은 30여대에 불과하다”며 “누적 주행거리 또한 한국은 72만km에 그치는 반면 미국 웨이모는 3200만km, 중국 바이두는 2100만km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은 기술개발, 도로실증 등 자율주행차 전 부분에서 레벨5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면 한국은 레벨2~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GM 자회사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오리진(Origin)’은 레벨5의 자율주행이 가능해 사람의 제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실상 최고 수준에 오른 상태다. 차체 내부에는 운전석이 없고 마주보며 앉을 수 있는 좌석만 비치돼 있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테슬라의 경우에도 이미 2014년 오토파일럿(자동 제어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는 레벨5 수준의 풀 셀프 드라이빙(FSD)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가 발표한 ‘자율주행 기술 종합 순위’에 따르면 미국의 웨이모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20위 내에 현대차그룹이 합작 투자한 모셔널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20위권에 포함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자율주행차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율주행자동차 규제가 포지티브(positive) 규제로 진행돼 선진국 대비 테스트, 비용, 개발 등이 뒤처진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자율주행 자동차의 규제를 ‘네거티브(negative)’ 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률과 정책에서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이외에 것들은 모두 허용하지 않는 매우 강력한 규제를 의미한다. 반면 네거티브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완화된 규제 방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이 융합된 최신 기술의 집약체라고 볼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국내 현황은 선진국 대비 2, 3년가량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김교수는 이어 “일반 거리에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레벨3 수준으로 운전보조기능만 할수 있을뿐 자율주행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따라 번잡한 도로나 보행자가 많은 경우는 운행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특히 “규제 일변도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네거티브 정책으로 변화시켜야한다”고 주문하면서 “국내에서 부진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구, 투자, 개발 등을 산·학·연·관이 협업해 적극적인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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