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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둘러싸고 가까스로 봉합되는 듯했던 여야 갈등 국면이 다시 극한 대치로 치닫고 있다. 여야가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안한 중재안을 수용하며 합의점에 도달하는 듯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중재안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국민의힘이 재협상을 공식 제안하면서 합의안은 사흘 만에 사실상 백지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재협상 요구를 사실상 ‘합의 파기’라고 규정하며 수적 우위에 기대 법안 통과에 나설 태세다. 민주당은 곧바로 법사위 소위를 가동하며 법안 심사에 돌입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중재안 파기 시 6개 수사권을 즉시 이관하는 ‘검수완박 원안’ 카드까지 만지작거리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재협상 추진을 공식화했다. 부패한 공직자에 대한 수사나 선거 관련 수사권을 검찰에게서 박탈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게 이유다. 이 같은 입장 선회 배경에는 윤 당선인의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은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는 것은 헌법정신을 크게 위배하는 것이고, 국가나 정부가 헌법정신을 지켜야 할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언급한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사퇴의 변을 되새기며 1년 전과 생각에 전혀 변함이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박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평가해 여야의 애초 합의안 준수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검수완박 입법 논의가 신구 권력 간 대치 전선으로 형성되고 있다.
사실 박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은 당초 민주당이 제시한 안에서 기간만 몇 달 늦췄을 뿐이지 위헌 요소 등 기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그렇다면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이젠 단호히 요구해야 한다. 또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법안의 재개정 발의는 물론 국민투표 부의까지도 가능하다.
윤 당선인의 책임이 막중하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며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했고, ‘국민이 불러’ 현재에 이르렀음을 잊어선 안 된다.
어느 모로 보나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신설로 검찰 수사권을 6대 범죄로 축소했는데 그나마도 모두 빼앗겠다는 것이다. 검수완박은 국민의 인권보호에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
검수완박은 위헌 소지도 크다.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사가 영장을 신청하기 위해선 수사권이 당연히 전제돼야 한다. 검사의 수사권을 배제하게 된다면 공수처 소속 검사와 경찰 수사 기구에 파견나간 검사도 수사를 못하게 된다.
이러니 여론도 비판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교통방송) 의뢰로 22∼23일 조사한 결과 여야가 검찰의 기소·수사를 분리한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데 대해 응답자의 42.5%는 ‘잘못했다’고 답했다. ‘잘했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변호사단체·시민단체·학계 등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과 같은 취지다.
역사는 사필귀정이다. 반민주적인 짓을 벌인 정치집단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인 견제와 균형을 철저하게 깔아뭉갠 민주당을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뿐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검수완박 법안은 재협상하거나 폐기돼야 마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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