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증거인멸 논란 속 “증거보존 신청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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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은폐 및 조작 악명 높은 선관위, 14일 20억 들여 서버 교체 언급
“서버 교체 후 증거 보전 시 데이터 손상, 증거 보전 신청 시급”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2-16 14:37:39

▲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CCTV에 기록된 계엄군의 선관위 시스템서버 촬영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을 발동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확보 및 부정선거 의혹 규명이 증거인멸 우려에 직면했다. 비상계엄 이후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계엄 발동의 핵심 관계자들조차 형사 증거보전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스카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선관위 서버를 대상으로 한 형사 증거보전 신청은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제184조에 따르면 증거보전은 공판 전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 판사에게 압수, 수색, 검증 등을 청구하는 제도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 공판 전이라도 수사가 가능해지며, 증거보전 이후 증거를 인멸할 경우 관련자는 증거인멸죄로 처벌받는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핵심 목적은 선관위 서버를 통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국정원의 보안검사 결과, 선관위 서버가 해킹을 통해 선거 결과를 조작하거나 사전투표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전산 조작이 가능하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계엄군이 선관위를 장악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구속 전 언론을 통해 “부정선거 의혹 수사를 위해 선관위 시스템 확보가 필요했다.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증거인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자료 유출이나 추가 피해는 없었다고 강조하며 서버 교체는 노후화된 시스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교체에 약 2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법조계에서는 “형사 증거보전 신청을 통해 서버 교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2019년 KBS의 ‘진실과미래위원회’ 사례와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KBS는 기자 이메일 불법 열람 의혹과 관련해 서버 교체를 추진하며 증거인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경찰은 서버를 포렌식 조사했지만, 교체가 진행된 탓에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 등 외부 감사 및 감독을 회피해 왔다. 윤 대통령도 지난 12일 담화에서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협조 없이는 진상규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관위는 올해 초 감사원의 조사 과정에서 대선 투표소 운영 부실 논란과 관련된 자료를 은폐하거나 문서를 파쇄하고 컴퓨터 포렌식을 거부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법조계는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증거보전 신청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부정선거 의혹 규명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신속한 법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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