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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떠날 때는 말없이 자숙하는 대통령 되었으면
검수완박 공포에 이어 후임 대통령 비난까지 논란
과연 양산 사저서 ‘잊힌 사람’으로 지낼 수 있을까
안호원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07 12:57:09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임교수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며 내게 와서 기도하면 내가 너희들의 기도를 들을 것이요.” <예레미야 29 : 12>
 
문재인정부 5년이 마침내 저물어간다. 9일 오후 6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바뀐다. 10일 0시부터는 윤석열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 오래 전 가수 현미가 부른 ‘떠날 때는 말없이’가 문득 생각난다. 3일 후 청와대를 떠날 문 대통령을 보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청와대 기자간담회와 JTBC 인터뷰에서 많은 말을 쏟아냈다. 주말엔 청와대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서서 같은 주장을 늘어놓기도 했다. 
 
5년 임기 중 정상회담 때를 빼고 기자회견과 ‘국민과의 대화’를 합쳐 고작 10번 정도 언론 앞에 섰던 대통령이다. 임기 중에 자주 등장했으면 좋았으련만 ‘떠날 때는 말없이’는커녕 떠날 때 왜 그리 말이 많은지. 그것도 퇴임 후엔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쏟아놓는 말을 듣다보면 거의 다 자화자찬 내로남불 궤변이거나, 아니면 ‘당선인 깎아내리기’ 일색이다. 
 
삼국지에서나 있을법한 ‘십상시’들에게 둘러싸여 민심도 제대로 파악도 못했는지 오직 ‘문재인정부는 잘했어요’를 외치는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측은하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듣기에 민망할 정도다.
 
상식적으로 그의 언행이 이해가 안 된다. 국정(國政) 실패를 조금이라도 시인하고 후임자를 배려했다면 떠나는 뒷모습이 조금은 더 크게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횡설수설 수준이다. 권력승계에 실패한 군왕의 넋두리처럼 들린다. 서슬이 시퍼렇던 대통령 재직 시에는 ‘꿀 먹은 벙어리’나 ‘내로남불’의 헛소리처럼 들리는 뻔뻔스런 소리만 늘어놓더니만, 정작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가는 마당에 말이 어째서 많아졌을까 궁금해 하는 국민이 많다.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청와대를 떠나 경남 양산에 내려가겠지만,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 오히려 성공한 대통령이었다는 ‘대안세계’에서 만족하며 살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런 대통령 때문에 많은 국민은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참여정부는 절반의 성공도 못했다.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실패와 좌절의 기억”이라고 토로했다.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했고 자신의 목숨을 끊으면서 많은 사람을 구제했다. 그런 대의의 노무현의 인간적 면모가 우리로 하여금 그 분을 더 추억하게 만드는 것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영화 ‘친구’는 부산 조폭 이야기다. 살인 교사 혐의로 복역 중인 조폭 두목 준석을 친구 상택이 면회 오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다. 상택은 “니 법정에서 와 그랬노”라고 묻는다. 조폭 부하가 두 사람의 친구 동수를 살해한 범죄를 왜 준석 자신이 지시했다고 시인했냐는 질문이었다. 준석은 “쪽팔리잖아”라고 답한다. “건달은 쪽팔리면 안 된다”면서 그래서 부하에게 책임을 미룰 수 없었다고 한다. 준석은 쪽팔리지 않는 대가로 중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평가는 진영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다만 국가 최고 지도자를 지낸 사람의 무책임을 비판하는 쪽에서도 인정하는 대목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측근들을 사법 처리 위기에서 구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참모 수십 명을 겨냥했던 검찰 수사가 중단된 바 있다. 낯이 안 서는 일로 구질구질해진 처지를 못 견디는 부산 사나이의 기질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집권당 의원들이 ‘대통령 보호용’이라고 떠들썩하게 광고하며 밀어붙이는 법안에 서명하는 것은 여간 민망한 일이 아닐 것이다. 새 정권 임기가 시작된 이후에 발효될 법을, 새 대통령이 반대하는데도 공포하는 것은 명분도 서지 않는다. 더구나 그 법을 공포하기 위해 5년 내내 오전에 열었던 국무회의를 오후로 미뤘다. 웬만한 사람이었다면 ‘쪽팔리고’ ‘구질구질해서’ ‘내 체통과 염치는 뭐가 되냐’며 못하겠다고 뿌리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최고지도자로서 책임을 지기보다는 임기를 엿새 남기고 자칭 ‘문재인 방탄법’에 서명, 공포하는 선택을 했다. “책임 있게 검찰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라고 궁색한 변명까지 남기면서 말이다. 헌정사에 지워지지 않을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 수사권이 박탈된다고 해서 당장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시 법질서를 새로 세우는 동안 국민들, 특히 서민들이 정신적·물질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집권 내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기보다는 오로지 ‘우리 편’을 주류세력으로 교체하겠다는 ‘세상 바꾸기 게임’에만 몰두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무수한 정적들을 제거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은연 중에 지지층을 의식한 정책을 편 사람은 있었어도, 문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상대편에 적의를 표시한 분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임기 말인 지난주까지도 상대편은 ‘저쪽’, 우리 편은 ‘이쪽’ ‘우리 편’으로 부르며 금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자가 돼서도 대놓고 제 편만 든 사상 첫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제 편의 지지를 잃지 않기 위해 구사한 언어는 ‘유체이탈 화법’이란 신조어를 남겼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비겁한 언어는 대통령사(史)에 영원히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오죽하면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공포안’을 의결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한 나라의 대통령보다는 범죄 조직의 ‘수괴(首魁)’에 더 어울리는 사람임이 증명됐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망의 목소리다. 
 
여하튼 문 대통령은 ‘헌법의 탈을 쓰고 국가를 파괴하는 사람들’ 편에서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데 꼼수를 쓰며 일조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떠나 청와대에서 최종 공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시간46분. 74년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기 위해 ‘당일 공포’라는 전략을 짠 민주당·청와대의 공조는 군사작전처럼 치밀했다. 이런 입법 폭주야말로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국민은 이들이 ‘검수완박’을 강행한 이유와 그로 인한 최대의 수혜자가 누구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법이 공포되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불법 개입과 원전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대통령 가족과 연관된 이상직 비리 등 각종 정권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4개월 뒤엔 모두 종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들 사건은 모두 문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범죄들이다. 그러니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혼연일체가 되어 편법과 꼼수를 총동원해 강행 처리해 올라온 법안을 거부권 행사 대신에 그대로 공포한 게 아닌가. 우둔한 필자지만 그래도 문 대통령이 자신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거부권을 행사할 줄 알았다.
 
퇴임을 일주일 앞두고 문 대통령이 3일 주재한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건 ‘검수완박’ 법안뿐이 아니다. 검수완박 이슈에 묻히긴 했지만, 이날 ‘무궁화대훈장 영예수여안’도 의결했다. 수혜자는 대통령과 배우자다. 본인과 배우자가 받을 훈장을 스스로 재가했으니 말 그대로 셀프 수여 훈장이다. 사실 두 세트에 1억3600만원을 호가하는 무궁화대훈장을 업적을 따지지 않고 대통령과 배우자에게 무조건 수여하는 시대착오적인 관행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공적이 있어야 서훈이 있다’는 상훈법 원칙과도 어긋난다. 
 
다른 나라도 대통령에게 최고 훈장을 수여하지만 무조건 다 주진 않는다. 현직일 땐 받지도 못한다. 이참에 우리도 퇴임 후 공과를 평가한 뒤 다음 정권에서 훈장을 수여하는 새로운 관행을 세우는 게 옳다. 굳이 세금으로 몇 천만 원짜리 훈장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떠날 때는 말없이’ 가사를 보면 “그날 밤 그 자리에 둘이서 만났을 때, 똑같은 그 순간에 똑같은 마음이 달빛에 젖은 채 밤새도록 즐거웠죠. 아 아 아 그 밤이 꿈이었나 비 오는데”라는 내용이 있다. 공교롭게도 ‘달빛에 젖은 채 밤새도록 즐거웠죠’라는 소절이 눈에 확 들어온다. 
 
‘달’은 ‘대깨문(문 대통령 열성지지층 비하 표현)’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상징이다. ‘두고두고 못다 한 말 가슴에 새겨놓고’ 그냥 떠나가기엔 참으로 애석하고 애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떠나는 마당에 할 소리 못할 소리 다 터트리고 가야겠다고 작심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하도 변수가 많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문 대통령이 과연 양산의 멋진 사저에 내려가서 남은 생을 ‘잊힌 사람’으로 지낼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이제 홀가분하게 제자리로 돌아간다”며 “함께 나이 드는 아내와 원래 있던 남쪽 시골에 내려가 노을처럼 잘 살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국민은 ‘도리어 잊고 싶은 사람은 우리다’면서 국민 스스로 나서서 끝까지 민주당 정권의 패악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밝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런 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 <마태복음 25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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