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동전주’ 48개사가 무더기로 증시 퇴출 위기에 몰렸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예고했던 ‘동전주 상장폐지’ 제도가 지난달 본격 시행되면서다. 그동안 낮은 주가에도 상장을 유지했던 한계기업들이 처음으로 강화된 퇴출 기준의 시험대에 올랐다.
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7일 기준 주가 1000원 미만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공시한 상장사는 모두 48곳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가 38곳, 코스피 상장사가 10곳이다. 우선주는 제외한 수치다.
이 가운데 43곳이 지난 5일 관리종목 지정 우려를 공시했고 6일 3곳, 7일 2곳이 추가됐다. 이들 기업은 25거래일 연속 종가가 1000원을 밑돌았다.
그러나 당장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에 미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48개사는 이미 25거래일 동안 기준을 밑돈 만큼 이르면 이달 12일부터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나올 수 있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도 회복 기회는 있다. 다만 90거래일 동안 일정 기간 주가를 기준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단기간 주가를 띄운 뒤 다시 하락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주가 회복을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전주 퇴출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제도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2월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새로운 상장폐지 요건으로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5월 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을 승인했고 새 규정은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동전주를 겨냥한 것은 낮은 주가 자체보다 시장 교란 가능성 때문이다. 동전주는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이 작고 주가 변동성이 높아 적은 자금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이나 투기적 거래의 대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국내 증시에는 상당수 동전주가 남아 있었다. 5월13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서 주가가 1000원에 미치지 못한 종목은 210개로 전체 상장종목 2879개의 7.3%에 달했다. 코스닥 141개, 코스피 43개, 코넥스 26개였다.
6월에는 동전주가 더 늘었다. 한국거래소가 6월21일 집계한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219개로 전체 상장사의 약 7.6%였다. 제도 시행 직전까지 상당수 상장사가 동전주 퇴출제도의 영향권에 있었던 것이다.
액면병합 ‘꼼수’ 차단…시총 퇴출 기준까지 강화
상장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대표적인 방법이 여러 주식을 한 주로 합쳐 주당 가격을 높이는 ‘액면병합’이다. 주가 500원짜리 주식 10주를 1주로 합치면 이론상 주가는 5000원이 된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주당 가격만 보면 동전주에서 벗어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방식으로 퇴출 기준을 피하는 길을 좁혔다. 최근 1년 안에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실시한 기업이 동전주 요건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되면 추가 병합이나 감자를 제한한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는 10대 1을 초과하는 과도한 주식병합·감자도 금지한다.
시가총액 기준도 높였다. 올해 7월부터 코스피 상장 유지 시가총액 기준은 300억 원, 코스닥은 200억 원으로 올라갔다. 내년 1월부터는 각각 500억 원과 300억 원으로 다시 높아진다. 완전자본잠식과 공시위반 관련 퇴출 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이번 48개사의 관리종목 지정 우려는 부실기업 퇴출 확대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 1000원이라는 1차 관문을 넘더라도 시가총액과 자본잠식 등 다른 상장 유지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실적 악화와 자본잠식 등으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운 기업이 낮은 주가로 장기간 상장을 유지하면서 투자자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금융당국도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출을 촉진해 시장 신뢰와 자금 선순환을 높인다는 취지로 상장폐지 제도를 손질했다.
올해 초 예고에 머물렀던 ‘동전주 퇴출’이 실제 관리종목 지정 단계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관심은 48개사가 남은 기간 주가 1000원선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쏠린다.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이 잇따라 나오면 하반기 국내 증시의 상장사 지형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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