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는 탓에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며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4% 올랐다. 여기에 더해 외식과 농축수산물의 오름세도 확대되며 소비자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질 것으로 풀이됐다.
통계청은 3일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3월 소비자물가는 4.1% 상승하며 처음으로 4%대로 올라섰고, 4월 들어 4.8%로 물가가 치솟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물가는 5%대로 상승하며 고공행진이 이어졌다. 소비자물가가 5%대에 올라선 것은 2008년 9월 5.1%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56(2020=100)으로 나타났다.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각각 1년 전보다 각각 7.6%, 3.5%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4.2% 상승해 밥상물가에 타격을 줬다. 농산물의 하락세(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에도 채소류 가격이 0.2% 상승했고, 축산물이 1년 전보다 4.2% 오르는 등 오름폭이 확대되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세부적으로는 파(-48.0%), 사과(-22.7%), 쌀(-11.2%), 고구마(-30.3%), 고춧가루(-15.6%), 양파(-15.0%) 등이 내렸으나 감자(32.1%), 배추(24.0%), 포도(27.0%) 등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등의 물가가 오르면서 축산물 가격은 12.1% 상승했고, 수산물 물가도 2.7%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 이후 가정 음식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데다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료비도 많이 오르며 축산물 물가가 상승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류비 등 수요, 공급 측면 모두 상승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 올랐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부분 금수 조치 추진 등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계속되면서 오름세 지속됐다. 이같은 영향으로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 LPG(26.0%) 등 석유류 가격이 큰 폭(34.8%)으로 올랐다. 뿐만 아니라 밀가루(26.0%), 국수(33.2%), 부침가루(19.8%), 빵(9.1%) 등 가공식품 가격도 7.6% 상승해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급등했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는 전년 동월 대비 11% 오르는 등 상승세가 이어졌고, 수도요금도 3.5% 오르면서 전체 공과금이 9.6% 인상됐다.
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랐다. 특히 생선회(10.7%), 치킨(10.9%) 등의 가격이 오르며 외식(7.4%) 등 개인 서비스 물가가 5.1% 올랐다. 원자재값 상승의 타격을 그대로 받은 셈이다. 공동주택관리비(4.1%), 보험서비스료(14.8%) 등 외식 외 개인 서비스 물가도 3.5% 상승했다. 집세는 전세(2.7%), 월세(1.0%) 등이 모두 오르면서 2.0% 상승했다.
다행히 공공서비스의 물가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외래진료비(2.3%), 국제항공료(19.5%) 등은 올랐지만, 유치원 납입금(-18.6%), 부동산중개수수료(-7.7%) 등이 내림세를 보인 영향이다.
구입 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들로 조사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식품(축산물·가공식품 가격 인상 등)과 식품이외(원재료비 및 운영경비 인상) 상승폭이 함께 확대되며 증가세(5.7%→6.7%)를 보였다. 계절 및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한 신선식품지수도 과실, 어개류 가격상승으로 1년 전보다 1.5%p 올랐다.
일시적인 충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1% 상승했다. 2009년 4월(4.2%) 이후 13년 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셈이다.
어 심의관은 향후 물가 전망과 관련해 “다음 달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월과 비교해 0.4% 이하로 하락하지 않으면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물가가 지금 수준을 유지하면 올해 연간 상승률은 4.3%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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