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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자사주 매입, 주가 제고 효과 하락
약세장 지속에 자사주 매입 1년 새 2배 ↑… 부양효과는 ‘반짝’
“주주환원 뒷전”… 자사주 처분공시 62% ‘임직원 보상’
상장사, 블록딜로 자금 확보 등 취득 목적과 정반대
“자사주 처분 재무적 관점 연구·법제적 보완 필요”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7-05 00:07:01
▲ 국내 증시가 약세흐름을 이어가면서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에 나서고 있다.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자사주 취득(직접·스톡옵션·신탁) 신고 건수는 24일 기준 238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3.5% 늘었다. ⓒ스카이데일리
 
국내 증시가 약세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장사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작년과 비교해 자사주 매입이 두 배 가까이 늘었을 정도로 눈에 띄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호재로 인식하지만 부양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자사주 매입 상장사의 주가는 공시 후 잠깐 오르다가 얼마 안 가 되돌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 주주환원 효과를 거두지 못하므로 자사주 처분 관련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6월 자사주 매입 48곳 중 30곳 공시 익일 주가 상승
 
자사주 매입이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자기자본으로 다시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올해 국내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자사주 취득(직접·스톡옵션·신탁) 신고 건수는 24일 기준 24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23건) 대비 95.1%나 늘었다. 신고 수량도 3063만6062주에서 5344만8443주로 74.5%만큼 급증했다.
 
대내외 악재로 증시가 침체되면서 기업들이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연초 이후 이달 24일까지 각각 20.5%, 27.4% 떨어졌다. 코스피·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던 이달 20~24일 자사주 매입 건수는 26개에 달했다. 올해 가장 높은 코스피 주간 하락률을 기록했던 1월 24~28일에는 17건이 접수됐다. -5.97%로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을 거둔 이달 13~17일에도 매입은 16건으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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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 유통되는 주식 수가 그만큼 감소하면서 나머지 주식의 가치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에는 배당청구권과 신주인수권을 부여하지 않으므로 향후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 규모도 커질 수 있다. 또한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제로 자사주를 매입한 기업의 주가는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달 자사주를 매입한 48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주가는 신고일 다음 날 평균 0.3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상승한 곳은 30개사, 하락한 곳은 18개사였다. 6월 1~27일 코스피·코스닥지수가 각각 10.57%, 13.7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일례로 NHN은 20일 주가 안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110만주(300억원)를 매입한다고 공시하자 이튿날 주가는 9.91% 뛰었다. 같은 기간 한글과컴퓨터도 삼성증권과 1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을 위한 체결을 결정한 뒤 다음 거래일에 9.03% 상승했다. 더존비즈온 역시 15일 500억원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밝히고 다음날 주가가 5.72% 올랐다. 그밖에 위드텍(6.06%), 제일연마(10.43%), 한스바이오메드(6.57%), 테크윙(7.45%), 케이씨텍(8.16%), CNH(5.69%) 등도 자사주 매입 공시를 낸 뒤 다음날 5% 이상 크게 치솟았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급을 이끌어갈 주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 스스로가 대안적인 수급 주체로 부각되고 있어 자사주 매입을 선택한 기업에 대한 매력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주가 하락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행동함으로써 주가 방어에 대한 의지와 향후 주가 상승에 대한 가능성을 동시에 언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사주 매입 목적 90% 주주환원… 처분 목적은 고작 3%
 
‘자사주 매입 효과’는 길지 않았다. 공시 뒤 잠깐 오르다가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이달 1~20일 자사주 매입을 신고한 28개사의 일주일 평균 수익률은 -4.09%로 집계됐다. 하락한 곳은 무려 19개사에 달했다. 하락장을 방어하고자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적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메디톡스는 7일 자사주 취득 공시 발표 후 이튿날 1.13% 주가가 올랐지만 이후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부진에 빠졌다. 티앤엘도 15일 자사주 취득 공시 후 다음날인 16일 4.86% 오르며 기대를 모았지만 5거래일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밖에 화승인더(-7.94%), 아이에이(-10.49%), HB솔루션(-4.78%), 미원상사(-2.75%) 등도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조금씩 떨어지며 일주일 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까지 단행해야 유통주식수 감소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이나 순자산 감소에 따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나타나는 만큼 단순 매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오동훈 기자] ⓒ스카이데일리
 
자사주 매입 후 소각하지 않고 처분할 경우 주주환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를 살펴본 결과 유가증권시장의 자사주 취득 예정 주식 수는 2억8000만주, 처분주식 수는 1억6000만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닥 상장사는 9930만주의 자사주 취득 결정을 발표했지만 이보다 많은 1억6900만주를 처분했다.
 
이 가운데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취득은 전체 공시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처분 목적은 이와 달랐다. 자기주식 처분 공시 837건 중 517건(62%)이 ‘임직원 성과보상’을 위한 것이었다. 주식 수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처분이었다. 전체 3억2978만주 중 2억2123만주(67%)에 달했다. 처분 목적에서 ‘주주환원’은 25건, 911만주에 불과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기주식의 자유로운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주주환원의 측면에선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재무적 관점에서 자기주식 취득은 주주환원을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고 실질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되지만 이는 취득한 자기주식이 처분되지 않는 것을 전제한다”고 말했다.
 
자사주를 처분할 때의 ‘매매 방식’도 문제로 거론된다. ‘운영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처분은 대부분 ‘시간 외 대량매매’로 이뤄진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자기주식이 처분 공시와 함께 시장에 재유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장사의 매입이 대부분 장내에서 이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상여금 명목으로 자사주를 받은 임직원도 특정 시점에 보유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에 유통주식 수는 증가하고 자사주 취득 시 기대했던 환원 효과는 떨어진다.
 
강 연구위원은 “증권거래법상 자기주식 처분은 자기주식 취득과 달리 처분방법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자사주 처분방법은 정관에서 정하며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은 사항은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므로 국내 거래 현황과 미비한 법규로 인해 기업은 처분 대상 및 처분가격 결정에 상당한 재량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기업의 자기주식 활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자기주식 처분 행위에 대한 실증연구를 확대해야 한다”며 “또한 주주 간의 지배력이나 채권자의 이익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법제적 관점에서 관련 규정을 체계적이고 정합성 있게 검토해 법제적 미비점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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