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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잇달아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실시하는데 필요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판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최근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투입해 연합훈련에 나선 한미 양국과 핵 실험카드를 손에 쥐고 흔드는 북한의 대결 구도가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미일 3각 공조를 흔들기 위해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전술핵 고도화로 한미 압박
북한은 2006년 첫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7년 6차 핵실험까지 폭발력이 낮은 핵탄두부터 폭발력이 높은 수소폭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해 왔다. 앞서 2006년 10월9일, 2009년 5월25일, 2013년 2월12일, 2016년 1월6일과 9월9일, 2017년 9월3일 등 모두 여섯 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발한 핵 기술이 실제 운영 가능한 지 확인하기 위해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소형화·경량화를 통해 전술급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접목해 목표하는 폭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 확인하는 실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실전에서 사용될 수 있는 무기 실험으로 폭발력과 상관없이 한국과 미국에 커다란 위협감을 줄 수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8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영변 핵시설 5㎽급 원자로가 1년 넘게 가동되고 있으며, 원자로 등 핵심 시설 주변에서 보조 시설 확장 공사가 계속 이뤄져 왔다고 밝혔다. 다만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 징후는 없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핵무기 소형화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움직임이 핵무기 소형화를 목표로 한 것일 수 있다”며 “핵무기 소형화를 위해서는 약간 다른 종류의 플루토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욱 한국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역시 핵탄두 위력이 크다고 해서 더 위험한 것은 아니라면서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를 경계했다. 양 부연구위원은 파괴력이 제한돼 사용 가능성이 높은 소형 핵탄두가 더 문제라면서 이번 핵실험이 그런 무기의 핵심인 전술핵탄두를 실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위협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북한의 7차 핵실험이 강행된다면 핵실험은 북한 핵실험 시설이 있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진행된 여섯 차례 핵실험 모두 풍계리에서 이뤄졌다. 북한 풍계리는 산지로 둘러싸여 있고 암반 대부분이 화강암이라 핵실험 장소로서 이상적인 지형조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무기의 성능 개량과 이를 통한 위협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핵실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은 핵무기 소형화 및 경량화 그리고 전술핵무기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9월28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 이전이 될 것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다만 당시 이 소식을 전한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그렇다고 말한 거지 확률이나 실제 가능성의 의미로 말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움직임이 ‘마지막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월25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북한이 핵 선제 사용을 공개적으로 표명할 뿐 아니라 7차 핵실험 준비도 이미 마무리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 계획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안보 위협에 대응해 현무 미사일, F-35A, 패트리어트의 성능 개량, 장사정포 요격체계 등 한국형 3축 체계 고도화에 5조3000억 원을 투입하고, 로봇, 드론 등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 전환을 위한 투자, 그리고 군 정찰위성 개발, 사이버전 등 미래전장 대비 전력 확충 등을 위한 투자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핵공격 땐 김정은 정권 종말” 美 경고
미국 국방부도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한국 등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요구가 제기되자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아울러 국가방위 전략과 함께 공개한 핵태세검토(NPR) 보고서에서 미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전략은 특히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김정은 정권에 엄청난 대가가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할 필요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동맹,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어떤 핵 공격도 북한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며 “김 정권이 핵무기를 쓰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신중론’과 ‘위기론’ 두 입장으로 나뉜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면서 한미를 계속 압박하겠지만 핵실험 카드를 사용하는 데에는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신중론’과 연내 핵실험을 통해 김정은의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론’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발은 계속하겠지만 북한의 핵실험은 오히려 협상 카드를 소진하는 것이기에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다음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 때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70% 정도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 북한의 경우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미국의 주류 의견이 된 점을 보면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북한은 추가 핵실험에 필요한 준비를 마친 상태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그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미 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 협력 속에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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