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중심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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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시대는 산업자본이 플랫폼 통해 금융산업 진출
디지털금융중심지 걸림돌은 규제·법인세율·강성노조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2-13 09:52:26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의 대통령업무보고에서 디지털금융중심지 구축안이 건의되었다는 보도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지금은 디지털전환을 바탕으로 모든 산업이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금융도 예외가 아니다. 2007년 모바일폰에 인터넷을 장착한 스마트폰의 출시로 인터넷이 손 안에 들어왔다. 그 결과 전 세계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초연결시대가 도래했다. 종래 금융회사에 가야 금융거래가 가능했으나 초연결시대의 도래로 24시간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가 가능해 지면서 금융산업은 혁명적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급결제가 스마트폰에서 이루어지고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모바일전문 증권회사가 탄생해 점포 하나 없이도 금융거래가 가능해졌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은 금융자본의 중요한 관건이었으나 초연결시대에는 플랫폼을 선점하는 회사가 금융을 지배하게 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관계다. 초연결시대에는 산업자본이 플랫폼을 통해 금융산업에 진출한다. 중국의 알리바바가 금융지주회사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해 금융산업에 진출해 세계 1위의 핀테크업체로 등극했다. 미국의 비대면 유통업체 아마존은 유통의 편의를 위해 공급하던 금융서비스가 이제는 아마존은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금융산업도 같이 발전하고 있다. 말하자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같이 가는 금산융합시대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의 지분을 4%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시대착오적인 금산분리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어 디지털시대 금융혁신에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에 한해 34%까지 허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금산분리가 철폐된 지 오래다.

2009년 비트코인이 등장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걸림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문재인정부때 까지 한국에서는 암호화폐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암호화폐 발행을 위해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인 초기코인공개(initial coin offering: ICO)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의 많은 암호화폐발행 업체는 싱가포르 스위스 등 외국에 나가 ICO를 하느라고 많은 국부를 유출시켰다. 이런 가운데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벌써 700여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암호화폐거래소는 한국에서는 특금법 시행 이후 5개만 원화마켓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보다 거래량이 절반 수준인 일본도 거래소가 23개 영업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탈중앙화 금융(Defi) 열풍이 불고 지난해부터는 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Metaverse)가 새롭게 부상하는 등 디지털금융은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은 규제가 많아 암호화폐나 디지털금융 발전에 많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이 디지털금융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이번에 대통령업무보고에서 거론된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를 보면 파격적인 지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두바이국제금융센터는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MEASA)의 금융중심지를 목표로 2004년에 ‘자유구역(free zone)’으로 문을 열었다. 두바이중심 110ha (약 33만3000 평, 여의도 면적의 약 3분의 1 정도)로 두바이나 아랍에미리트(UAE) 연방정부의 법률제도와는 독립된 사법제도인 두바이법원(Dubai Courts)을 가지고 관습법(common low)을 따르고 영어로 운영된다.

두바이금융당국으로부터 핀테크회사 인가를 받으면 전 세계 누구나 활동할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에도 내국 지분 없이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고 50년간 법인소득과 이익에 대해 면세가 적용된다. 그 결과 현재는 4031개 기업에서 2만9700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약 2000여 개의 금융회사들에는 2만2000여 명이 활동하며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금융회사 핀테크회사·암호화폐화사·암호화폐거래소 등이 속속 입주하면서 오늘날 명실공히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국제금융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도 40여 개나 된다고 한다.

스위스 쥬크주는 법인세가 14.6%, 싱가포르는 15%에 불과하다. 규제는 물론 거의 없다시피하다. 스위스쥬크·싱가포르·두바이만 둘러보아도 한국이 과연 디지털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규제가 너무 많고 법인세율이 높고 강성노조의 횡포가 심한데 이를 두고 금융특구나 디지털금융중심지로 지정한다고 해서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동북아 금융중심지 건설한다고 서울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빌딩 짓고 유수대학에 금융전문대학원 설치하고 그 후 부산에 국제금융센터 블록체인특구 지정했지만 모두 공염불이 되고만 이유가 너무 많은 규제, 높은 법인세율, 강성노조의 횡포가 그대로 있기 때문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고기술첨단제조업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으로 구조전환이 안 되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핵심이 금융이다. 비장한 각오로 선진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비전을 정립하고 디지털금융중심지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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