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세계정세 지금이 죽창가 부를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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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이 때 한국의 선택은 자명
종북친중 아닌 한·미·일 동맹강화가 우리의 필수 선택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3-20 08:25:08

윤석열 대통령이 이틀간의 첫 일본 방문을 마치고 17일 귀국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의 양자 차원 방문이다. 첫날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외교 복원,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경제안보협의체 발족 등에 합의했다. 동포 오찬 간담회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둘째날 한일의원연맹, 한일친선협회중앙회, 한일협력위원회,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지도부 등을 만났다.

두 정상이 포괄적인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 합의하면서 양국 교역의 큰 장애물이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즉각 해제됐다. 2019년 7월 단행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는 강제동원 문제 등 양국의 정치·사회적인 현안이 얽히는 와중에 불거진 조치였다. 이날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복원되면서 수출규제 역시 자연스럽게 해제됐다. 윤 대통령은 “청년세대가 한·일의 미래” “미래 세대의 청년을 위해서라도 양국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는 주제의 게이오대 강연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맞추어 한국과 일본 재계 단체가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미래기금)을 창설한다고 16일 발표했다. 미래기금은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해법의 일환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 경단련(經團連)이 각각 10억 원을 출연해 각 단체 산하 재단법인으로 시작한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경단련 회장은 이날 일본 도쿄 경단련 회관에서 ‘한·일 미래 파트너십 선언’에 서명했다.

세계정세가 유례없는 격변을 겪고 있다.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고 중국도 덩샤오핑 이후 개혁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서방 중심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단일화 되는 듯 보였다.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1992)을 발간하며 전후 지속되어온 좌우논쟁이 끝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질서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러던 세계가 대격변을 겪고 있다.

시진핑 3기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미·중쟁패가 가열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공산주의 러시아의 팽창 야욕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러시아와 중국의 결속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냉전2.0 또는 신냉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반(反)세계화 또는 탈세계화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19%를 차지하는 반도체수출은 대중 수출 감소로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해 무역적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미·중쟁패 가속화와 중국경제 성장둔화 등으로 한국의 대중수출 감소세는 지속될 수밖에 없어 동남아·인도·일본 등 수출선 다변화가 중요한 시점이다. 안보도 북한이 2,3일마다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 도발을 해오고 있는 등 살얼음판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정세가 이처럼 대격변을 겪을 때 약소국가들은 선택 여하에 따라 국운이 갈리기도 한다. 특히 한국처럼 강대국에 둘러 싸여 있는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 구한말의 잘못된 선택이 국권상실로 이어졌던 비운의 역사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새롭게 직면하는 대격변기에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풍요롭게 발전된 선진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소명이다.

한국이 오늘날처럼 잘 살 수 있게 된 데는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건국하고 6·25를 겪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북한 공산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방어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부국정책 덕분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역사적 사실이다. 전후 냉전체제에서 국부를 융성하게 해 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박정희 대통령의 부국정책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쯤 동남아시아 여느 국가 수준에서 고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다시 세계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이 때 한국의 선택은 자명하다. 더욱 튼튼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더욱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체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가치동맹을 강화하는 길이 우리의 살 길이고 가야할 길이 아니겠는가. 역사는 이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지난 정부 때 회자되었던 종북친중 정책보다는 한·미·일 동맹강화가 우리나라로서는 필수적 선택이다. 안보면에서나 경제면에서나 한·일관계는 과거사에 얽매여 있을 정도로 한가한 때가 아니다.

윤석열정부가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법을 내놓은 데 이어 12년 만에 양자 차원의 대통령 방문은 이와 같이 격변하는 세계질서를 감안한 미래지향적 선택으로 국익을 위한 용기있는 결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윤 정부의 조치와 대통령의 방일로 2019년 7월 이후 3년8개월 동안 막혔던 양국 간 경제·산업 협력의 기회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한국 가입에 속도가 붙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으로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외국인투자 자금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달러기준 통화스왑인 한·일통화스왑이 복원될지도 주목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계묘국치일’ ‘토착왜구’ ‘죽창가’ ‘제2의 이완용’ 등의 표현을 동원해 반일감정을 극대치로 끌어올려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아직도 난무하는 실정이 안타깝다. 격동의 세계정세 변동기에 한·미·일이 합심하여 극복해 나가는 길이 우리가 사는 길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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