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근로자에게는 휴식권 등 쾌적한 근로를 위한 권한을 비롯해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중대한 권한이 부여된다. 바로 작업중지권이다.
작업중지권은 작업하는 주체인 근로자가 산업재해가 일어날 수 있는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스스로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때 사업주는 근로자의 합리적인 작업중지권 사용에 대해 해고나 불리한 대응을 할 수 없다. 이는 2020년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근로자의 작업중지) 전부개정에 따른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작업중지권을 적극 사용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삼성물산·대우건설 등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해당 제도가 활용돼 왔다.
하지만 작업중지권 사용은 시행 초기부터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라는 주관적 판단을 기준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작업을 중단했을 때는 공사 지연 등이 발생하기에 근로자가 이를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업중지권이 최근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것은 정부와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노조 간 갈등 때문이다.
월례비 요구·채용 강요 등을 건설현장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대규모 단속에 나선 국토교통부에 대해 타워크레인 노조가 준법투쟁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작업중지권의 사용 범위를 두고 활용과 남용 사이의 모호한 입장 차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가 고의로 과도하게 저속 운행을 하는 등 불법·부당행위를 하면 면허정지를 할 수 있도록 15개의 불성실 업무(태업) 유형 세부기준을 마련해 발표했다.
정부의 태업 기준은 △평소보다 의도적으로 작업을 늦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조종석 탑승 등 작업 준비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 △과도한 저속 운행 △작업 중 동영상 시청 △음주 등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음주·동영상 시청 등을 제외하면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타워크레인의 적정 속도에 관한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공사 진행 상황·기상 상태 등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의 특성을 고려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타워크레인 가이드라인도 ‘10분 주기 내로 저속 구동을 2분 이상 하지 말 것’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이 역시 저속 운행으로 기계가 고장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다.
국토부가 진정 ‘작업중지권의 올바른 사용’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면 해당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현 시점에서는 업종별 세부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주관성이 많이 들어가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는 오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작업중지권 사용 기준뿐만 아니라 사용 절차·방식에 대한 기준도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주의 불이익 부과에 대한 벌칙과 공사중단에 따른 손실보전 방안 등 제도적 보완도 강화·병행돼야 한다.
법규에선 ‘사업주는 근로자의 합리적 작업중지권 사용에 대해 해고 및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지만 합리적 사용에 대한 모호한 기준으로 아직도 현장에선 손해배상 등 관련 소송이 쉼 없이 오가고 있다.
작업중지권에 대한 절차·기준·사후 보완책 등이 마련된다면 그 이후에 남용 시 벌칙·책임 또한 엄중히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 역시 작업중지권을 악용한 태업을 자제하려는 업계 내 자성이 필요하다. 그들은 준법투쟁이라고 강조하지만 현장 어딘가에선 태업이 진행됐기에 문제가 제기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중지권은 특정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권리가 아니라 자신과 동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하고 중요한 권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