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 ‘제국의 꽃’ [95] 민영환과 윤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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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상하이 콜로니 호텔에 도착했다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22 09:11:50

먼저 제물포로 출발한 서기관 슈테인이 4월2일 8시에 환으로 예치된 출장경비를 은으로 교환해 가지고 왔다. 일행은 슈테인을 기다려 아침 10시에 인천에서 출발했다.

특명전권공사 민영환은 1861년 서울 생으로 흥선대원군의 막내처남 민겸호의 아들로서 왕비의 친정조카였다. 그는 큰아버지인 민태호가 후사를 잇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큰집으로 입적되었다.

민영환은 어린 세자를 가르치는 동몽교관을 역임했고 17세에 정시문과에 급제했다.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는 효성과 공경으로, 집밖에서는 친구들과 친화력을 보이는 모범생이었다. 과거에 급제한 후 고종의 신임으로 20세에 동부승지가 되었고 다음 해에는 성균관 대사성을 맡았다. 하지만 1882년 임오군란 때 친아버지 민겸호가 세상을 떠나는 불행을 겪었다. 민영환은 관직에서 물러나 3년 상을 치루었고 왕비가 복귀하면서 이조참의로 조정에 들어왔다. 그는 주미전권대신 물망에 올랐으나 을미왜변으로 인해 임명이 무산되었고 외부와의 접촉을 모두 끊었다. 그러다가 고종이 아관망명을 단행한 후 정동구락부 세력의 진출과 함께 군부대신에 임명되었다.

36세의 민영환은 보통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과 선이 가는 이목구비를 가졌다. 그는 책임감이 강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품으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초조해하는 외곬수의 성격이었다.

동행하는 윤치호는 민영환보다 5살 젊었다. 1866년 충청도 아산에서 서자인 윤웅렬 장군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전통 서당교육을 받은 후, 1881년 신사유람단의 일원이었던 어윤중의 수행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유길준과 함께 최초의 동경 유학생이 되었다.

당시 일본에서 영어를 배웠고 김옥균·서광범·박영효 등 개화파 인물과 후쿠자와 유키치 등과 교유하였고, 1883년 5월에 초대주한미국공사 푸트의 통역으로 귀국했다. 그는 갑신정변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으나 김옥균·박영효 등과 각별히 친밀했기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 1885년 상하이로 망명하여 중서서원에서 공부하고 감리교인이 되었다.

1888년에 미국 밴더빌트대학과 에모리대학에서 공부했고 1895년 귀국하여 개화파와 함께 했다. 이후 아버지 윤웅렬 장군과 함께 춘생문 사건에 동참했고 고종의 아관망명 이후 학부협판에 임명되었다. 그는 국내에서 지낸 민영환과는 달리 일본과 상하이, 미국을 전전하며 거칠고 복잡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제 31세가 된 그는 사절단의 고문으로 러시아 사절단에 동행하게 되었다.

여정이 시작된 첫 날, 바다는 잔잔함으로 조선사절단을 위무했다. 따뜻한 햇살은 봄기운을 전해주고 모든 것이 평온했다. 이틀 후인 4월4일에 일행은 상하이 콜로니 호텔에 도착하여 이 호텔에 묵고 있는 민영익을 만났다.

그는 민태호의 외아들이었는데 왕비의 오빠 민승호와 그의 아들이 죽은 뒤 양자로 입양되어 왕비의 친정 조카가 되었다. (민영익의 아버지 민태호와 민영환의 아버지 민태호는 동명이인이고 12촌 지간이다) 갑신정변 때 그는 간신히 몸을 피해 상하이 은행에 보관된 고종과 왕비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호텔 레스토랑에서 서양식 식사를 했다.

[글 최문형 그림 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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