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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 사람들은 거창에 살아서 참 좋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무더위에 대비해 거의 완벽한 준비가 되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창군을 대표하는 명소 수승대는 얕은 수심에 비해 물살이 세차고 맑아서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수승대 ‘수승대교’ 일대는 거창 국제연극제가 개최되는 장소로 매년 여름 전 세계에서 연극인이 몰려온다. 올해에도 물 위 특설무대에서 펼쳐지는 개막 공연을 보기 위해 3000여 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
1400년 전 거창은 신라와 백제의 국경지대였다. 거창의 한복판에 자리한 아홉산(九山)은 신라와 백제의 경계선으로 수많은 전쟁을 통해 신라가 되었다가 백제가 되었다가 하는 격랑을 겪었다. 거창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끼어 여러 차례 국적이 바뀌었던 프랑스 알자스 지방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문화유산도 다양하다.
아홉산의 아홉 봉우리 중 건흥산과 취우령을 잇는 지점에 백제와 신라 간 영토 분쟁의 산물인 ‘거열산성’이 있다. 거열산성은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거열성’으로 추측되는 곳이다. 거열성은 백제 멸망 후 신라 장군에 의해 백제부흥 운동군 700명이 전사한 곳이다.
거열산성은 독특하게도 신라 시대에 축성된 1차성(418m)에 덧붙여 통일신라 시대에 증축된 2차성(897m)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현재 유실 구간과 중복구간을 제외한 전체 산성 길이는 1115m에 달한다. 거열산성은 독특한 축성 구조를 인정받아 2020년 국가지정문화재에 등록되었다.
계곡과 암반이 어우러진 ‘수승대’
명승 수승대는 삼국시대 때 백제가 신라로 사신을 보내면서 돌아오지 못할 것을 근심해 ‘수송대’로 불렸던 곳이다. 1543년 퇴계 이황이 유람차 안의현 삼동을 찾았다가 수송대에 얽힌 사연을 듣고 그 내용이 부정적이므로 수승대(搜勝臺)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이에 마을주민들이 손뼉을 치며 동의하니 그 이름이 지금껏 전해져 오고 있다.
수승대 입구에 들어서면 계곡물이 우렁차게 포효하며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사람들은 반바지 차림에 각종 물놀이 기구와 튜브를 동원해 한여름 더위를 잊지만, 함부로 옷을 벗어젖힐 수 없었던 조선 시대 선비들은 암반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쫓았다.
주변에는 구연서원·요수정이 자리 잡고 있고 등록문화재인 황산마을 옛 담장과 정온 선생 고택이 있어 문화유산 답사를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정자 안에 방을 들이다 ‘요수정’
수승대 거북바위 건너편에 자리 잡은 요수정(樂水亭)은 요수 신권(樂水 愼權,1501~1573) 선생이 풍류를 즐기며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에 자연 암반을 초석으로 이용한 정자다. 특히 추운 산간 지역의 기후를 고려하여 정자 내부에 방을 들이는 등 지역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요수정 앞 기념비에는 유명한 사연이 얽혀 있다. 2012년 9월 초강력 태풍 ‘산바’가 일대를 덮쳐 수령 200년 된 소나무를 부러뜨렸는데 요수의 후손이 세운 기념비가 소나무를 받쳐 자칫 요수정이 붕괴될 뻔한 참사를 막았다고 한다.
계곡을 발아래 두다 ‘수승대 출렁다리’
2022년 11월 개통된 수승대 출렁다리는 수승대 절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 수승대를 새롭게 즐기는 방법으로 통한다.
거북바위에서 수승대 둘레길 데크를 따라 상부로 향하다 보면 해발 700m 지점에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출렁다리를 만나게 된다. 전체 길이 240m의 수승대 출렁다리는 내진 1등급에 초속 30m/s의 바람을 견디는 무주탑 공법으로 만들어졌다.
무더위 속 트래킹이 부담된다면 차를 이용해 수승대 출렁다리 주차장에 도착한 후 계곡을 따라 걸어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무료 워터테마마크 ‘거창 창포원’
거창군에는 수승대 말고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기 좋은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남상면에 자리한 ‘거창 창포원’이 그곳이다. 거창 창포원은 축구장 66배 크기의 대규모 수변공원으로 합천댐 조성 과정에서 생겨난 수몰 지역을 국가하천인 황강에 덧대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봄에는 100만 본 이상의 꽃창포가 공원을 환하게 밝히고, 여름철에는 연꽃·수련·수국·장미가 꽃대궐을 이룬다. 분수가 시원하게 솟구치는 연꽃원 데크를 따라 산책을 즐겨도 좋고 자전거를 타고 둘레길을 돌아도 좋은 곳이다.
이곳 어린이 물놀이터는 테마파크 저리 가라 할 시설로 가족 피서객을 유혹한다. 대형 가설 풀장에는 워터슬라이드가 설치되어 있으며 버섯폭포에서는 쉴 새 없이 맑은 물이 솟구친다. 그늘막 등 쉴만한 공간이 충분하며 탈의실·샤워실도 잘 갖춰져 있다.
단 수영모·수영복·구명조끼·튜브·돗자리·물·수건·쓰레기봉투는 개인이 챙겨와야 한다. 간식은 반입할 수 있으나 취사와 배달은 불가하다.
지난달 8일 개장한 어린이 물놀이터는 15일까지 운영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50분 운영 후 10분간 휴식 시간을 갖는다. 부스마다 안전요원 10명이 배치되어 있어 이들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13세 미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 및 우천 시 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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