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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부안은 국가지질공원 전북 서해안권을 대표하는 지질 명소로 중생대 백악기를 거치며 화산활동과 퇴적활동이 만들어 낸 독특한 지형을 보물처럼 숨기고 있다.
이에 5월 개최된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전북 서해안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결정됐다.
지구촌 청소년 대축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잼버리가 8월1일부터 12일까지 부안군 일대에서 개최된다. 1920년 영국 런던에서 첫 대회가 시작된 이후 4년마다 열리는 100년 전통의 유서 깊은 대회다.
바람과 파도·세월이 만들어 낸 땅 부안에서 청소년 야영 대축제가 열리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도전과 모험의 잼버리 대회가 개최될 부안 땅, 당장 달려갈 이유가 충분하지 않은가.
소동파도 반할 적벽강
붉은 절벽을 따라 흐르는 강이라는 뜻의 적벽강은 송나라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동파 소식이 배를 띄워 놀았다는 적벽강에서 따온 이름이다. 아름다운 이곳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은 8700만 년 전 생겨난 페퍼라이트다. 페퍼라이트는 굳지 않은 퇴적물에 뜨거운 마그마가 끼얹어지면서 퇴적물 속 수분이 폭발하고 쌓여 형성된 지층이다.
그 밖에 적벽강에서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유문암 주상절리와 파도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돌개구멍과 해식 절벽이 관찰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박나무군락 역시 적벽강을 찾아야 할 중요한 이유다.
이태백도 와 보고 싶어 할 채석강
적벽강 남쪽으로 또 다른 지질 명소 채석강이 있다. 적벽강이 소동파의 강이라면 채석강은 이태백이 술잔을 기울이며 놀았다는 전설의 강이다. 채석강은 중국 장강의 지류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강이 아닌 바다다.
이 아름다운 해안 절벽은 밀물 때 물속에 잠겼다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낸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바닥까지 걸어 내려가 해식동굴을 관찰할 수도 있다. 채석강 절벽은 바다로 흘러드는 닭이봉 기슭의 일부로 긴 세월 파도에 씻기면서 퇴적암 뼈대가 드러난 것이다.
퇴적암 두께만 300m가 넘는 채석강은 가로줄의 연속체로 되어 있는데 자세히 보면 군데군데 줄무늬가 분리된 것을 알 수 있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주변 땅이 꺼지고 주저앉아 지층이 동강 난 자국이다.
곰솔 몇 그루가 외로이 자라는 솔섬
솔섬은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작은 섬으로, 전체가 암석으로 된 섬 중앙에는 곰솔 몇 그루가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해거름 무렵 솔섬과 붉은 하늘이 어우러지면서 기이한 아름다움을 발산해 낙조 명소로 유명하다.
솔섬에서는 부석편이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퇴적 지형이 관찰된다. 부석이 녹화되어 녹색과 연녹색으로 빛나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곳이다. 솔섬에서 가장 특징적인 지질은 원통형 내지 판상의 파이프 형태가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학계에서도 드문 경우라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부안삼절로 불리던 직소폭포
부안삼절 하면 매창 이계생 그리고 촌은 유희경과 함께 직소폭포를 꼽는다. 30m 암벽에서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가 여름 숲에 청아함을 더한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 중심에 자리 잡은 직소폭포는 찾아가는 길 자체가 명승이다.
내변산 분소에서 2.2km 거리에 있는 직소폭포는 쉬엄쉬엄 걸어도 왕복 2시간이면 충분하다. 내변산 주차장에서 자연보호 헌장탑까지 평지가 이어지며 초입에 서 있는 실상사는 담장도 없이 단아한 자태로 길손을 맞이한다.
선인봉 아래 둥지를 튼 실상사는 통일신라 때 초의선사가 창건한 것으로 6·25전쟁 때 대부분 소실되고 후에 미륵전과 삼성각만 복원됐다. 실상사에서 다리를 건너면서 봉래구곡이다. 이 물줄기를 따라가면 직소폭포에 닿게 된다.
직소폭포에 가기 전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직소보가 먼저 넓은 품을 드러낸다. 거울처럼 맑은 수면으로 내변산의 빼어난 풍광이 담긴다. 조금 더 올라가야 푸른 물웅덩이를 향해 힘차게 떨어져 내리는 폭포의 모습과 만날 수 있다.
직소폭포 주변으로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관찰된다. 약 1m 미만의 오각형과 육각형 돌기둥은 용암이 분출한 후 빠르게 식고 수축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유네스코 인증의 일등 공신 위도 대월습곡
채석강이 있는 부안 격포항에서 출발하여 50분가량 항해하면 위도에 닿게 된다. 하루 4회 배편을 운행하는데 격포항에서 오전 8시5분에 첫배가, 오후 4시5분에 막배가 있다. 위도는 섬 형태가 고슴도치를 닮아 고슴도치 ‘위(蝟)’자를 쓰는 섬이다. 섬에 고슴도치는 살지 않는 대신 곳곳에 설치된 고슴도치 조형물과 만날 수 있다.
한때는 국내 3대 조기파시로 이름을 날리면서 4500명이나 거주하던 번화한 섬이었지만 지금은 주민 수가 1100명으로 줄어 조용한 섬마을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위도해수욕장 남쪽 도보로 10분 거리에 대월행와습곡이 있다. 숲길을 조금 걷다 보면 거대한 퇴적암 지층이 원을 그리며 안으로 말려 들어간 형상과 만나게 된다. 흡사 바위의 나이테란 게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곳이다.
높이 30m, 길이 100m의 대월습곡의 하단부는 시루떡 모양으로 가로줄이 나 있고 상단부는 김밥을 만 것처럼 하늘로 들려 있다. 어떻게 이런 형상의 지층이 나타나게 된 걸까?
지구는 46억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지각들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변화를 겪었다. 대륙판과 해양판이 충돌하면 밀도가 낮은 해양판이 아래쪽에 깔리게 되는데 이때 대륙판인 유라시아판이 들리면서 대월습곡의 퇴적층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육지와 바닷속 지형이 부딪혀 만들어진 신비의 땅 부안. 한때는 전국의 돈이 몰려드는 대형 어시장이었고, 더 전에는 공룡의 땅이었고, 더 오래전에는 용암의 땅이었다. 태곳적 흔적을 간직한 부안에서 잼버리 대원들처럼 하룻밤 야영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부안=임유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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