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 달 만에 “킹 이병 망명 의사 밝혀”… 美 “검증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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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 “킹 이병 미국 인종차별 반감 품어”
미 국무부 “우선순위는 킹 이병 집으로 데려오는 것”
북한이 미국의 인권 문제 역공 카드로 쓸 것이라는 분석도

이건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16 11:29:05

▲ 7월19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트래비스 킹 이병의 할아버지가 킹의 사진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18일 월북한 트래비스 킹 이병이 망명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월북한 지 한 달 만에 킹 이병 관련 첫 발언이다. 미국은 킹 이병의 망명 의사를 검증할 수 없다며 ‘무사 귀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은 ‘미군병사 트래비스 킹에 대한 중간조사결과’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통신은 킹 이병이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으로 넘어올 결심을 했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래비스 킹은 불평등한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하면서 우리나라나 제3국에 망명할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통신은 “관광객들 속에 끼여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둘러보면서 킹은 군사분계선상에 있는 조·미국부접촉실과 경무관휴계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우리측 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근무 중이던 조선인민군 군인들에 의해 단속됐다”고 킹 이병의 월북 당시 상황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킹 이병에 대한 조사는 이어질 예정으로 풀려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북한에서 킹 이병의 망명 의사를 주장했지만 미국에서는 “검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지시간 15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트래비스 킹의 안전한 귀환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방부의 우선순위는 킹 이병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폭행 등의 혐의로 두 달가량 구금됐던 킹 이병은 지난달 17일 추가 징계를 위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타지 않고 달아난 킹 이병은 다음날 JSA 견학에 참여해 관람하던 도중 무단으로 월북했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킹 이병은 지난해 10월 오전 3시께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사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홍익지구대 순찰차 뒷좌석을 여러 차례 걷어차 망가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에는 마포구의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은 한국인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킹 이병이 자진해 월북했다고 보고 ‘전쟁 포로’로 분류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로이터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익명의 미 관계자는 “킹 이병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자유의지로 월북한 점을 고려해 전쟁 포로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제네바 협약에 따라 전쟁 포로들에게는 충분한 의료 서비스부터 죽음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어떤 불법적 행위도 금지된다. 하지만 미국은 킹 이병을 전쟁 포로에 분류하지 않았고 북한에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킹 이병으로 미국의 열악한 인권문제를 대내 선전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려고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반박 카드로도 활용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북한은 전날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자국사회에 만연하는 인종차별·총기류범죄·아동학대·강제노동 행위들을 묵인하고 조장한 것도 모자라 다른 나라들에 반인륜적인 인권 기준을 강요하며 내부 불안정과 혼란을 조장하는 미국이야말로 범죄국가”라고 주장했다.

이건혁 기자 g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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