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도한 대학 규제 철폐로 4차 산업혁명 대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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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칸막이 없애 융합형 인재양성 바람직
비인기 기초학문 존속시킬 대책 마련 필요
대학과 교육부의 수평적 관계 정립이 관건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1 00:02:01

윤석열정부가 대학 조직의 기본 단위인 학과·학부의 칸막이를 없애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신입생 정원 30%를 무(無)전공으로 뽑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해야했던 학생은 물론 해마다 중도 탈락하는 학생들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대학으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이루어지는 시대의 문턱에 들어섰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물리적·생물학적 세계와 디지털적 세계의 통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의 무전공 입학 시스템 확대는 미래세대를 준비하기 위한 교육 환경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학에서 학과·학부의 전공 칸막이를 없애겠다는 방안은 재수나 편입을 해서라도 원하는 학과를 가려는 학생들의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 낭비를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지난해 소위 국내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3개 대학에서 자퇴생이 2000명이 넘었다. 대학을 바꾼다는 목적도 있겠지만 대체로 원하는 전공으로 갈아타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윤 정부는 올해를 개혁 추진의 원년으로 삼고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발표한 대학 신입생 정원 30% 무전공 선발 방안도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우선, 학생들에게 학과나 학부 선택을 처음부터 강요하지 않는 것은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의대 등 인기학과에는 학생들이 넘쳐나고 기업 취업 등 실용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기초학문 분야나 비인기학과에는 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생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욱이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비인기학과가 폐과되는 건 시간문제다.

당장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각종 분야에 있어서 바탕이 되는 기초학문이 소외돼서는 안 된다. 철학·사학·문학 등 인문학과 수학·물리학·지리학 등 자연과학은 오랜 시간 투자와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분야다. 해마다 노벨상 시즌이면 이 분야에서 우리의 꾸준한 투자가 부족해왔다는 걸 깨닫게 되지 않던가. 윤 정부의 교육 개혁이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전공 선택의 자유 이면에 기초학문의 자연도태를 막을 대책 마련도 함께 나와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조치가 보여주듯이 교육부가 결정하고 대학이 실행하는 방식으로는 대학의 자율성과 경쟁력이 담보될 수 없다는 점이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우리나라 대학교육 경쟁력은 64개국 중 하위권인 49위에 머물렀다. 국가경쟁력 28위와 큰 격차를 나타낸 분야다. 지금까지 정부가 가지고 있던 권한을 차츰 대학에 넘기고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 각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교육부 발표는 지난 70여 년 유지해 온 대학 조직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킬 초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 변화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대학이어야 한다. 이주호 장관은 “대학을 교육부 산하기관 취급 않고 수평적 파트너십을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입시·등록금·재정 등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관련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의 장(場)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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