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제재 비웃듯… 北 고위간부들 벤츠타고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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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물자 거래와 불법 사이버활동 관여한 8명 추가 독자 제재
김덕훈·조용원·최룡해 나란히 벤츠이용 공개… 의도 엿보여

곽수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28 11:33:57

▲ 26일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소집된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조용원 당 비서가 벤츠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대응 조치로 27일 우리 정부가 북한인 8명을 독자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에 깊이 관여한 인물들이다.

독자 제재는 윤석열정부 출범 이래 14번째, 올해만 12번째에 해당한다. 누적 제재 대상은 개인 83명, 기관 53곳이다. 이런 가운데 27일 ‘제재 무력화’를 과시하듯 김정은 측근 3인방의 최고급 벤츠 차량이 공개됐다.

정부의 독자 제재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린 북한인 8명은 무기를 포함한 제재물자 거래와 불법 사이버활동에 가담했다. 책임의 중량감 순서로 나열해보면 우선 리창호를 꼽을 수 있다. 김수키(Kimsuky)·라자루스(Lazarus)·안다리엘(Andariel) 등 북한 해킹조직의 배후인 정찰총국의 수장이다. 불법 사이버활동을 통한 외화벌이와 기술탈취 총괄자라 할 수 있다.

두 번째가 박영한 베이징 뉴테크놀로지 대표다. 북한 무기수출회사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를 대리해 무기 관련 물품을 거래했다. KOMID란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장비와 재래식 무기를 수출하는 주요 통로로 지목돼 2009년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세 번째는 주중북한대사관 외교관 출신 윤철이다. 핵 관련 광물이자 유엔 대북 제재물자인 리튬-6의 대북 거래에 관여했다. 이밖에 량수녀·김승수·배원철·리신성·김병철(김평철)이 제재 대상에 새로 올랐다. 이들 모두 우리 정부가 2016년 3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팬(Pan) 시스템즈 평양’ 소속이다.

외교부는 “북한의 도발엔 반드시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깨달아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나오도록 앞으로도 미국·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하게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고위간부들이 최고급 벤츠 차량을 공개하며 대북제재 회피 실태를 과시하는 모양새다. 27일 조선중앙TV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보도에서 전날 벤츠 S클래스를 타고 회의장에 속속 도착하는 최고위급 간부들 모습이 비쳤다. 내각총리 김덕훈, 당 조직비서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등이다.

10분가량의 보도 영상에 따르면 8세대 S클래스 리무진에 탄 김덕훈이 뒷자리 귀빈석에서 차 문 열어주는 의전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조용원이 9세대 S클래스 일반 세단으로 추정되는 차에서 내렸다. 최룡해는 8세대 S클래스 일반 세단에서 하차한 후 걸음을 옮기다 돌아서며 리모컨 키의 잠금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런 초고가 승용차를 포함한 운송수단의 북한 반입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다. 대북제재의 구멍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7일 굳이 전날 고급차 영상을 내보낸 것은 원칙상 북한에 유입될 수 없는 최고급 차량을 버젓이 이용 중임을 말하려 한 것일 수 있다.

곽수연 기자 sykwa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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