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친중·반일 몰이’… 영화 ‘노량’ 역사왜곡 논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사건·사고

“明나라가 조선군 구해 주려 왜군과 싸우는 것으로 묘사”
“칼과 창 휘두르는 해상전투 서양에서나 볼 수 있는 싸움”
조선 수군은 총통으로 공격… 아무리 영화지만 너무 비약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1-12 00:05:00

▲친중·반일에 입각한 과도한 ‘허구적 서사’가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영화 ‘노량’의 한 장면.

임진왜란의 대미를 장식한 노량해전을 스크린에 담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역사왜곡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친중·반일에 입각한 과도한 ‘허구적 서사’가 몰입을 방해하고 역사적인 팩트와도 동떨어져 역사 인식의 왜곡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익명을 요구한 동양사학자 A 교수는 “명군이 왜군으로부터 조선을 지켜준다는 서사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희생당한 구도”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영화라 해도 너무 심한 사실 왜곡에 해당한다”며 “당장 북한에서 개봉했으면 100만 관객이 동원되며 대박이 터졌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영화 ‘노량’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을 잇는 이순신 장군 3부작의 완결편이다. 1598년 12월16일 해 뜨기 전 경남 하동군과 남쪽 바다 인근 남해군을 가로지르는 노량해협에 출현한 왜군 전함 500여 척을 조선 수군 80여 척과 도독 진린이 이끄는 명나라 수군 200여 척이 무찔렀다는 시나리오다.

다이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망 이후 조·명연합 수군의 공세에 밀려 잇따라 패배하던 왜군이 철군을 결정한 가운데 조·명 연합군은 ‘사로병진’ 전략으로 왜군을 섬멸시키기로 결정한다. 한편 왜군 선봉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명군의 수장 진린에게 뇌물을 주고 퇴로를 열었고 왜군 수장 시마즈가 고니시의 함대를 지원했다.

이에 퇴각하려는 왜군과 그들을 섬멸하려는 조선과 명이 노량해협에서 최후의 전투를 시작한다는 게 이 영화의 줄거리다. ‘노량’의 ‘친중 고증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바로 명군 진린의 목숨을 구하는 이순신 장군과 감동한 명군이 조선을 왜군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내용이다.

A 교수는 영화에서 명군이 앞장서서 조선군을 비호한 모습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왜군 전함 200여 척 중 100여 척이 나포됐고 왜군 1만5000~2만여 명이 살상됐는데 기록에 따르면 명나라 수군을 이끌고 참전한 장수 중 다치거나 전사한 이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1592년에서 1598년까지 약 6년의 임진왜란 기간에 무고한 생명이 왜군에 의해 죽고 아들까지 잃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토벌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에서 왜군과 조명연합군 전함 수백 척이 서로 엉키고 적함에 올라타 싸우는 백병전으로 영화는 대미를 장식했다. 명나라 장수 등자룡은 목숨을 잃어가며 이순신 장군을 지켰고, 명군은 왜군 300여 척의 격침을 주도한 것으로 다뤘다.

“明장수가 격렬 전투?”… 장군은 지휘만 하지 칼 안 들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던 이순신 장엄함 왜곡

진린이 충무공 죽음에 통곡하는 영화 엔딩 장면 문제 많아

이 같은 전투 장면에 대해서도 의문을 타나낸 A교수는 “조명 연합군이 배와 배가 붙은 상황에서 칼과 창을 마구 휘둘러 내려치는 장면도 말이 안 된다”며 “이런 모습들은 서양에서 많이 나오는데 조선 수군은 총통으로 적군에 적선을 쏘는 전술을 구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명나라 장수 등자룡이 자기 목이 베일 정도로 격렬한 전투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장군은 지휘와 지시를 하지 직접 칼을 들고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등자룡이 사망한 것은 맞는데, 시마즈가 등자룡을 치는 모습은, 왜군의 위협으로부터 명군이 조선을 위해 희생한다는 모습을 과도한 연출로 짜깁기 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개울가에서 왜군을 홀로 상대하다 사망한 이면을 이순신 장군이 물속을 헤집으며 구하려다 가물 속 악귀들에게 붙잡히는 장면도 과도한 픽션이며 ‘친중 반일’을 조장한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A교수는 “난중일기에서 이순신 장군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천지가 어둡고 밝은 해조차 빛이 바랬구나. 슬프다,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간 것이냐’ 수준의 기록을 남겼을 뿐 영화 내에서 왜군에 의해 홀로 죽어가는 모습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악귀에게 붙잡혀 왜군에 습격당해 죽는 아들 모습을 연출한 것 자체가 일본을 과도하게 악마화하기 위한 설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진린이 알리는 부분에서도 매우 분노했다. 이순신 장군은 백병전 도중 죽은 동료들과 아들의 환영을 본 뒤 아군을 독려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북을 치다 사망한다.

그는 “징비록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던 이순신의 용맹한 모습은 완전히 묻히고 진린이 이순신을 위해 통곡하는 모습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했다”며 “마치 삼도 수군통제사가 돼 백의종군에도 좌절하지 않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중국이 지키고 함께 통곡하고 오열하며 공감해 준 장면으로 비친다”고 밝혔다. 이어 “조선을 위해 죽음을 무릅쓴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인 모습에 명나라가 (숟가락을 얹듯) 끼어들면서 데 임진왜란 최후의 해전이 마치 중국몽을 위해 동원된 느낌까지 들었다”고 문제 삼았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후원하기

정기 후원
일반 후원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시대의 금기를 깨는 정론지 스카이데일리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가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초대, 할인 혜택 등을 드립니다.

매월 5만 원 이상 정기 후원 독자께는
스카이데일리 신문과
스카이데일리가 발행하는 최신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