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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 민심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지역이 바로 구리시다. 이는 역대 대선 당시 시민들의 정당별 지지율이 전국 평균과 비슷해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시의 인구분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분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 지역은 제21대 총선에 이어 나태근 국민의힘 후보와 4선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리턴매치가 성사돼 수도권 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는 곳 중 하나다.
국민의힘에선 그동안 인물난에 허덕이는 통에 전략 공천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최근 이 지역 당협위원장이던 나태근 후보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전지현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해 최종 공천권을 따냈다.
그는 지난해 11월 광역 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에 임명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구리-서울 편입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나 후보는 13일 ‘22대 총선 선거대책 본부’ 구성을 완료하고, 이명우 전 구리시의회 부의장을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했다.
최근에는 갈매역과 구리역 등에서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초등학교·유치원 앞 건널목에서 교통 봉사를 하면서 시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반면 민주당 사무총장과 원내대표 등 굵직한 경력과 화려한 이력을 가진 윤 의원은 지난 21대 선거에서 58.64% 득표율로 4선에 성공하면서 이 지역 철옹성을 구축했다.
구리시의 터줏대감인 윤 의원은 지난 17대와 19~21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민주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 비상대책위원장 등 중책을 두루 거쳤으며, 최근에는 광역교통개선 국회정책토론회와 지역균형비례대표제 토론회 등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또 공직선거법 일부개정 조례안과 국민행복증진법 입법 발의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벌이며 5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구리시 선거판은 큰 이슈가 있었던 때를 제외하고는 민주당 성향이 강한 호남+ 강원과 국민의힘 성향이 강한 영남+ 지역 토박이 표에, 중립 성향을 보이는 충청도 표심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호남 맹주로 군림하던 박영순 전 구리시장이 2016년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하고 그동안 추진했던 구리월드디자인시티와 관련해 의견 차이로 민주당과 결별 후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호남 민심의 움직임에 따라 전체 선거판이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의 핫 이슈는 단연 ‘서울시 편입’ 문제이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구리시의 서울 편입 찬성 여론은 김포·광명·하남 등 서울 편입을 논의 중인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은 14일 구리시 일대를 돌며 총선을 앞둔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살펴봤다. 총선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리시 주민들은 서울 편입 등 지역문제를 놓고 관심이 높은 편이다. 찬반 여론 또한 극과 극을 달리는 분위기다.
구리시 교문동에 위치한 구리전통시장에서 건어물을 팔고 있는 50대 여성은 “구리지역은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서울과는 바로 인접해 있어 같은 생활권이라고 봐야 한다”며 “구리시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서울 편입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에서 수족관을 운영하고 있는 70대 남성은 “가뜩이나 지방이 소멸되고 있다고 난리인데 계속 서울만 덩어리를 키우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일부에선 (편입이 되면) 부동산 시세가 오를 것이라고 하지만, 집으로 먹고 살 것도 아닌데 몇 푼 벌겠다며 서울로 합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당이나 후보자별로 지지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한 60대 여성은 “북한에 퍼주는 게 싫고 종북도 싫고 민주당도 싫다”며 “무작정 북한에 퍼주기만 할 바에는 차라리 우리나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리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충남 홍성이 고향인 50대 남성은 “과거 대선 때 민주당이 아깝게 패배를 했는데, 현 정권은 일을 너무 못 한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처럼 나 또한 유년 시절을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아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을 지지할 생각”이라고 했다.
콩나물 국밥집을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중도 성향이라 아직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여야 후보가 누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후보들보단 당을 보고 투표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양당 후보들도 지역 현안과 주민편의 공약 등을 제시하며 표심을 얻으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태근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 편입 문제에 적극적이다. 나 후보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구리시는 서울 생활권이고 인접 도시라서 찬성 여론이 경기도 다른 도시보다 훨씬 높다”며 “당론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구 현안이라 반드시 특별법 발의를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전략에 대해 그는 “구리 서울 편입이 가장 큰 현안이고 토평2지구 개발사업 등을 통해 구리가 새롭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단 아젠다를 강하게 부각시킬 것”이라고 했다.
윤호중 의원과의 대결에 대해 나 후보는 “윤 후보는 4선이고 저는 원외였지만 이젠 구리시민들이 윤 의원에 대한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윤 의원에 비해 젊고 능력 있다는 점을 부각해 중도층과 젊은 사람들의 표심을 확보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지역 민심에 대해선 “사실 (윤 의원이) 4선을 하는 동안 특별히 지역에 기여를 한 게 없다는 여론이 많다”며 “최근 비공식적인 여론조사에선 1∼2% 차이 박빙으로 나오고 있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반면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편입 문제는 주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결정하겠다면서도 선거에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 의원은 14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서울 편입에 대한 시민 의견이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을 선거에 이용하면 안 될 일”이라며 “결국은 서울시와 경기도 그리고 여야가 합의해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인데 선거에 이용하는 것이 가장 서울 편입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향후 지역 여론과 선거전략에 대해 윤 의원은 “한참 전에 후보군 6명에 대한 적합도 조사 한 번 한 것을 빼곤 공식적인 조사는 없었지만 여전히 민주당 우세지역”이라며 “마지막까지 방심 안 하고 유권자 한분 한분 잘 만나서 투표장까지 오시게 하는 게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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