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카드채 만기까지… 위기 직면한 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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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카드사 8곳, 대손·이자비용 급증에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6월까지 카드채 7조8000억 원 만 도래… 대부분 1%대 장기채
금리 인하 기대감 위축 등도 악재… “조달 비용 상승 지속될 것”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8 09:22:00

▲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순이익은 2조5823억 원으로 전년(2조6062억 원) 대비 0.9% 감소했다. 연합뉴스

전업카드사 순이익이 1년 전보다 뒷걸음질친 것으로 드러났다. 할부카드·가맹점 수수료 등을 통해 이익을 확보했음에도 고금리 여파로 대손·이자 비용이 더 늘어난 영향이다. 위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반기에 7조 원 이상의 카드채 만기 물량이 대기하고 있는데 대부분 1%대 장기채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위축 등도 이자 부담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순이익은 총 2조5823억 원으로 전년(2조6062억 원) 대비 0.9% 감소했다. 이는 2020년(2조264억 원) 이후 3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비용이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할부카드수수료(7596억 원)·가맹점수수료(5968억 원) 등 수수료 수익은 1조3000억 원 정도 늘어난 반면 대손비용(1조1505억 원)·이자비용(1조1231억 원) 관련 비용은 2조 원 이상 불어났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액도 103조8000억 원에서 102조 원으로 1조8000억 원 급감했다.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카드사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1.63%로 전년 말(1.21%)보다 0.42%p 올라갔다. 이 중 카드대출채권은 연체율이 3.67%로 4%대에 근접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비중을 뜻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14%로 1년 만에 0.29%p 상승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채 규모는 상당하다. 수신 기능이 없어 채권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날부터 6월 말까지 전업카드사 8곳의 카드채 만기액은 총 7조7650억 원으로 집계됐다. 3월 9500억 원, 4월 2조2300억 원, 5월 2조1050억 원, 6월 2조4800억 원 수준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문제는 대부분 저금리 시절에 발행한 장기 카드채라는 점이다. 상반기에 도래할 카드채 만기액 7조7750억 원 중 2017~2021년 5개년간 발행된 카드채는 5조300억 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이들 카드채의 표면이율(금리)은 평균 연 1.888%다.

한국자산평가에 따르면 카드채(AA+·3년물) 금리는 15일 기준 연 3.825%다. 카드사가 모두 차환에 나선다면 그때보다 2%p 조달 비용을 더 써야 하는 셈이다. 만기가 도래하는 장기물 카드채(5조300억 원)를 적용하면 비용은 연 950억 원에서 1924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빠르게 높아졌고 이로 인해 국내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의 신규발행금리가 크게 상승했다”며 “최근의 발행금리 역시 과거 낮게 발행됐던 카드채의 평균 조달금리와 비교할 경우 높은 수준이고 신용카드사의 조달비용 상승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점도 부담으로 밀려온다. 16일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Fed가 정책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은 55.2%로 일주일 전(57.4%)보다 감소했다. 6월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거란 전망도 26.6%에서 41.2%로 뛰었다. 채권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다. 금리를 올리면 채권가격은 내려가고 금리를 내리면 채권가격은 올라간다. 카드사가 당분간 높은 이자를 지출하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실적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부진한 경기와 높아진 금리 수준이 수익성을 억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가 둔화하면 가맹점 등의 수수료 수익가 감소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1.6%로 내다봤다. 2022년(4.1%)·2023년(1.8%)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신용카드 총카드 이용실적이 민간소비 성장률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가운데 민간소비 성장 둔화가 심화될 경우 신용카드사들의 수익증가율도 더욱 하락할 수 있다”면서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 저하가 지속되면 취약차주 익스포져가 높은 금융업권을 필두로 자산건전성 저하세가 심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