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확산되면서 그 열기가 국내 외식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K푸드의 진원지이자 뿌리라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집 백년가게를 발굴해 알리는 ‘백년가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인천시 중구 신포시장 입구에 터를 잡은 신포순대 신포시장본점에는 수제 순대의 명장 서인성 대표가 있다. 꽉 찬 속살에 푸짐한 맛을 내는 순대를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을 보니 수제 순대 세계에 조물주가 존재한다면 바로 서 대표일 것이다. 정갈하게 썰려 접시에 다소곳이 누운 순대는 토실한 결이 그대로 살아 있다. 통통한 순대를 한입 물면 씹는 맛도 예술에 가깝다. 이 순대는 문화유산으로 보존할 맛이라 생각하던 찰나 한 번 맛본 순대 맛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며 식당을 찾는 손님이 많다는 서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순대는 손님 몰이의 일등 공신이란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신포시장 터를 지킨 서 일가의 건강하고 맛있는 순대 이야기를 들어 본다.
신포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
오동통한 순대를 맛보는 순간 매료됐다. 시중의 얇게 썰린 조각 순대와 달리 한입만으로도 입안이 풍요롭게 채워진다. 아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는데 자리엔 벌써 밑반찬과 함께 상차림이 준비돼 있었다.
“처음 오시는 손님은 단체 예약이라도 있는 줄 알아요. 버선발로 마중한다는 표현이 있죠? 저희는 모든 테이블에 기본 찬과 수저 세트를 갖춰 놓고 식당 입장 전부터 손님맞이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비록 손님이 오시기 전이지만 손님을 소중하게 대하려는 저희의 마음이기도 하고 방문해 주시면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겠다는 다짐의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신포순대를 찾는 손님은 식당에 입장하기 전부터 특별 대접을 받는다.
“신포순대의 대표 음식은 순대입니다. 우리 집을 찾는 손님은 주로 순대와 관련한 평을 많이 해요. 특히 순대 식감이 특별하다거나 입안을 가득 채운 풍성한 식감이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죠. 저희 순대는 기본적으로 국내산 생 찹쌀로 만드는데 순대에서 생 찹쌀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순대 속에 생 찹쌀 비중이 절반 이상이 되다 보니 포만감 면에서는 순대라기보다는 밥이나 떡에 가깝죠. 이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 친근한 일반 순대의 식감과 늘 비교 대상이 되곤 합니다.”
이북식 신포순대는 익숙하지 않은 탓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친근한 일반 순대의 맛과 늘 비교·평가된다. 서 대표는 이 축적된 편견을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이 사업에 뛰어든 이래 세상의 오랜 편견을 이겨 내고 싶다는 심리가 늘 동반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순대는 획일화된 맛이 아닌 지역별로 다른 특색이 있는 음식입니다. 부모님 때부터 이어져 왔고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 집 순대는 신포(함경남도 중부 동해안에 위치한 시) 지역의 이북식 순대입니다. 쉽게 비교하면 시중 순대는 순대 속 양배추 비율이 50% 이상이다 보니 내용물이 쉽게 분리될 수 있는데 찹쌀 순대는 찹쌀 덕분에 순대가 차진 맛을 내고 견고한 형태로 유지가 돼요.”
“신포순대의 특징은 찹쌀이 들어가 떡처럼 입안을 메우는 식감을 내면서도 수분을 머금고 있어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떡은 식감이 퍽퍽하잖아요. 찹쌀 순대는 찹쌀이 46%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다음으로는 수분 작용을 하는 채소가 32% 정도 들어갑니다. 그 밖에 당면과 선지 그리고 기름으로 채워지는데 특히 기름이 들어가는 양에 따라 부드러움이라는 식감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재료를 한데 모아 적당량의 기름을 넣으면 각각의 재료가 떡처럼 뭉치거나 서로 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입되는 기름의 양 조절이 매우 중요하죠.”
신포순대의 대표 메뉴 ‘사골 순댓국’과 ‘모듬순대’
신포순대에서 인기를 끄는 별미 조합은 순대 한 접시와 순댓국 한 그릇이다. 순댓국에 곁들인 모듬순대는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모듬순대는 △찹쌀야채순대 △찹쌀고추순대 △찹쌀카레순대 △당면야채순대로 구성돼 입맛을 자극한다. 당면야채순대와 찹쌀야채순대는 1세대인 어머니대로부터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매김한 메뉴인데 서 대표가 운영하면서부터는 중국식 딤섬 만두를 모티브로 한 찹쌀카레순대와 당면야채순대가 새롭게 등장했다.
신포순대에서 순대는 단골손님을 끄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순대는 통통한 살이 꽉 찬 외관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정도로 풍족한 느낌이다. 순대를 입에 넣으면 찹쌀이 떡처럼 쫀득한 식감을 내고 씹을수록 순대 즙이 빠져나오는데 이 완벽한 맛의 조화를 느끼게 되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순대는 채소·고추·카레·당면이라는 각기 다른 맛으로부터 출발한 개성 있는 풍미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깊게 우려 사골육수의 향이 진하게 밴 순댓국은 넉넉한 인심을 바탕으로 뚝배기 가득 수북한 고기와 국물로 채워진 푸짐한 양이 놀랍다. 순댓국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끓여 만든 뽀얀 국물이 진리다.
신포시장에 둥지를 트며 본격화된 사업
“신포순대는 어머니가 시작한 사업이고 창업 연도는 1978년입니다. 제가 2011년도에 승계받으면서 2세대 사업으로 이어진 가족 사업이에요. 식당은 최초 창업 시에는 신포시장 내에 있었는데 2002년에 신포시장 입구 맞은편으로 위치가 변경됐어요.”
서 대표는 양보다는 질을 중요시하고 좋은 맛만큼 훌륭한 서비스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저희 식당은 이전에 여러 방송매체를 탄 이력이 있는데 사실 방송을 통한 명성보다는 터를 잡고 성공 가도를 달리려면 손님을 진정으로 생각할 줄 아는 서비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식당이 손님에게 선보이는 맛이 물론 중요하지만 반대로 음식의 맛이 식당의 모든 부분을 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손님에게 보이면서 손님의 마음을 얻는 부분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저는 그러한 시각적인 요소나 손님에게 제공되는 모든 것을 서비스 개념으로 통합해 표현합니다. 제 아버지는 순댓국 장사를 하러 나오면서도 손님에게 최선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늘 용모를 단정히 하고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셨던 기억이 아직 또렷합니다.”
신포순대는 부모님 세대부터 이어져 오랜 전통을 가진 만큼 조리장이 갖고 있는 요리에 대한 철학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선대 창업주인 부모님이 대단하신 부분은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허허벌판에서 순대를 팔며 성공을 이뤘다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어머님의 요리 철학을 참 존경하는데요. 어머니는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정직함과 냉정한 철칙을 갖고 계십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든 음식 맛을 평가하실 때도 직접 맛을 보고 맛이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맛이 없는 것이라며 늘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셨습니다.”
서 대표는 어머니와 관련한 한 일화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순댓국 육수를 준비할 때 가마솥에 돼지 뼈를 넣고 삶으셨어요. 육수는 당일 사용이 원칙인데 어느 날 장사가 잘 안된 날이 있었지요. 아버지는 육수를 그냥 폐기하기가 아까우니까 하루만 더 사용하자고 하셨는데 어머니가 완강하게 반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음식을 속여서는 안 된다는 강한 철칙과 신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계속 육수를 하루 더 사용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니 어머니가 그 육수에다 바로 주방세제를 콸콸 부었습니다.”
서 대표는 식당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주는 편지형 글에서 부모님을 ‘손가락이 휘도록 순대를 썰고 순댓국을 만들던 우리 엄마’와 ‘뜨거운 국물을 옮기다 다리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얻은 아버지’라고 묘사한 바 있다.
“어머니는 항상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요리를 하고 싶으면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스스로 원칙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는데 어머니를 통해 요리사로서 가져야 할 정직이라는 가장 기본이 되는 초심을 되새기곤 합니다.”
새로운 시도
시판 순대는 이미 만들어진 형태다. 그런데 신포순대에 가면 색다른 형태의 메뉴 주문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서 대표의 새로운 시도라는 열정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서 대표는 새로 선보일 신 메뉴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들뜬다고 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자주 순대 속에 다른 맛을 첨가하면서 변형은 해 봤지만 인터뷰 도중 새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는 또 처음입니다. 메뉴명은 ‘커스터마이즈(주문 제작) 순대’로 일단 생각이 나는 대로 붙여 봤어요.”
이어 신 메뉴 개발 진행 방식에 대해서도 가볍게 소개했다.
“이전 새 메뉴 개발을 위해 중국식 만두 딤섬에 착안해서 시도해 본 맛은 △김치 순대 △마늘 순대 △새우 순대 △쑥 순대 △피자 순대 △견과류 순대 등 20여 가지가 됩니다. 이 중 고객이 원하는 맛을 선택하고 유선 등을 통해 사전 주문하면 저희가 재료를 공수해 순대를 미리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손님이 주문일 기준 다음 날 원하는 시간에 방문하면 진공 포장이 완료된 순대를 픽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서 대표는 마지막으로 순대와 함께 그려 갈 행복한 미래에 관한 포부를 밝혔다.
“기나긴 시간 동안 직접 순대를 만들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부모님에 이어 순대는 제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네요. 순대는 제게 녹록지만은 않았던 인생을 함께해 온 기특한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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