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가 27년 만에 개편된다.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제공하던 위탁검사관리료 10%가 전면 폐지되고 의원이 가져가는 보상 몫도 최대 35%로 일괄 제한됨에 따라 일차 의료 현장의 경영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관계자는 26일 “이대로 개편되면 동네 내과 쪽은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비용 부담으로 병원에서 피검사를 소극적으로 진행하면 당뇨나 고지혈증 등 초기 증상이 없는 만성질환의 조기 발견 기회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는 환자가 채취한 피나 소변을 외부 전문기관에 보내 분석하는 방식이다. 동네 의원 등 일차 의료기관은 정밀 분석할 임상병리사와 고가의 전문 장비를 갖추기 어려워 검체 분석을 대형 전문 기관에 위탁해 처리해 왔다.
정부는 혈액·소변검사 등 검체검사의 현행 보상 수준이 원가 대비 평균 190% 수준으로 높게 측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검사를 맡긴 병의원엔 위탁검사관리료가 지급되고 수탁한 검사기관엔 검사료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관행적으로 위탁기관이 일괄 지급받은 후 검사기관에 정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수탁기관 간의 과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과도한 검사 남발을 막고 불투명한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원가 대비 190%에 달했던 원가 보상률은 2026년 하반기 150%로 2028년 하반기에는 110%로 두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인하된다. 기존 의원이 챙기던 10%의 위탁검사관리료는 전면 폐지되고 의원이 가져가는 보상 비율도 최대 35%로 일괄 제한된다. 개편 적용 범위 역시 일반 급여검사를 넘어 국가건강검진 영역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개원가에서는 당장 닥쳐올 경영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개원가 내과 전문의는 “최근 대형 검진센터가 기업과의 검진 협약 체결을 맺으면서 동네 내과의 건강검진 환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검체 위·수탁 개편으로 주요 수입원인 검진과 검사 수가도 줄어들면 경영에 어렴움을 겪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 분위기도 매년 검진 환자가 몰리던 연말 대목이 무색해진 실정이다. 최근 개원하는 내과는 검진센터 구축이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현장에서는 검진 성수기인 11월과 12월에도 동네 의원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이 협약을 맺은 대형 전문검진센터를 통해 임직원 가족이나 배우자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수검자가 동네 내과보다는 대형 센터로 대거 이동했기 때문이다.
대한내과의사회와 한국건강검진학회 역시 최근 공동 성명서를 통해 “다 죽으란 소리인가”라며 “검진 현장의 특수성과 일차 의료기관이 감당하는 관리 노력을 살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근본적인 수가 개선 없이 검사료 구조만 무너뜨릴 경우 일차 의료기관의 최소한의 운영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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