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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심까지 가는 세기의 이혼… SK는 노태우 후광으로 컸나
판도 바꾼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SK “그룹 성장 역사와 명예 훼손”
통신사업 진출 당시 더 큰 비용 투자… 300억 원 어음 시간 문제 주목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5 13:56:45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 2심 판결에 대해 최태원 회장 측이 상고하며 3심까지 가게 됐다. 이에 2심 판결의 요지와 3심 판결의 쟁점을 짚어봤다.
 
최태원 회장은 재산분할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며 내달 구체적인 상고이유서를 마련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노소영 관장은 상고하지 않을 입장이라고 밝히며 대법원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상고만 다루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떠오른 SK 노태우정권 후광설… SK 강력 반발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1심과 2심 결과를 살펴보면 1심에서는 위자료 1억 원과 함께 재산분할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위자료 20억 원과 함께 1조3000억 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했다.
 
1심과 2심의 재산분할액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을 1심에서는 특유재산(배우자 기여 없이 취득한 재산)으로 인정했으나 2심에서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떠오른 것이 고(故)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이다. 노소영 관장에 따르면 1991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 원을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에게 전달했다. 재판부는 해당 자금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에 쓰였고 이후 통신사업 진출에서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무형의 도움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개인의 이혼소송으로 시작했으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부각되며 SK그룹이 노태우 대통령의 지원으로 성장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 회장이 모험적 사업을 진행한 시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현직이거나 정치적인 영향력이 남아 있던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SK그룹이 사돈인 노태우 전 대통령을 보호막 또는 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 부담이 있는 경영활동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재판 현안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SK 제공
 
개인의 가정사를 넘어 기업 이미지와도 직결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최태원 회장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6공의 후광’ 등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의 명예가 실추됐고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대법원에서 바로잡아 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이 처음 만난 시점은 1985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4년 내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1985년에는 1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정의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에 임명됐으며 차기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다.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역시 1985년 공정위 대기업 집단 순위 기준 5위에 위치한 대기업이었다.
 
두 사람은 연애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경유착 의혹이 항상 뒤따랐다. 선경그룹은 1992년 제2 이동통신 전화부문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정경유착 논란이 제기됐다. 이후 선경그룹은 사업권을 반납했으며 김영삼 정부 시기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에도 불참했다.
 
선경그룹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당시 지분을 인수해 다시 통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인수에 쓰인 금액은 4370억 원이며 1주당 33만5000원이다. 1993년 12월 기준 주당 8만 원대에 거래되던 한국이동통신의 주가가 민영화 소식이 알려지며 폭등했기 때문에 선경그룹 내부에서도 반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경그룹의 이동통신 진출 과정에서 정경유착 의혹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게 된 셈이다.
 
SK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혼인으로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압력으로 손해를 봐왔다고 주장했다. 선경그룹의 이동통신 진출 과정에서 직접적인 특혜를 줬다는 증거가 나온 것이 아닌 만큼 3심에서는 재판부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정권의 비호가 있었는지와 별개로 밀어준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정권에 방해를 받는다고 무조건 실패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업 성공 원인과 정권과의 관계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며 “그러나 개인의 문제를 두고 불똥이 그룹의 역사와 정체성 문제로 튄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직접적 증거 없어 재판부 판단 중요…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또 하나의 쟁점은 1991년 12월 태평양증권(SK증권) 인수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이 정말로 태평양 증권 인수에 쓰였는지다.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의 증거로 선경건설 명의의 약속어음 300억 원을 인정했다. 해당 어음의 발행일은 1992년 12월이다.
 
이번 재판에서 최태원 회장의 대한텔레콤(현 SK C&C·SK) 인수 과정에서 자금의 출처를 판단할 때도 최종현 선대 회장이 돈을 인출한 시점과 최태원 회장에게 입금하는 시점이 5개월 차이가 나는 것이 문제가 됐다. 시간상의 문제가 계속 쟁점으로 부각된다면 노 관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유입됐다고 주장하는 시점과 어음 발행 사이 1년의 시간 또한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SK는 태평양증권 인수 당시에 부외 자금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비자금 조성을 인정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다만 SK 측은 부외자금 조성과 관련해 시간이 오래 지났고 떳떳하지 못한 자금이기 때문에 관련 증빙 자료를 SK가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측이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만큼 3심 판결이 2심과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제기된다. 다만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선경그룹의 사업 확장에서 혼인 관계에 따른 비호를 기대했는지와 같은 문제는 재판부의 판단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2심 판결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지만 3심 재판부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며 “워낙 드문 사례고 앞으로 있을 기업가의 재산 분할에 중요한 판례가 될 수 있는 만큼 판결이 나오는 데에 5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SK 측에서 주장하는 항소심 재산 형성 기여도 오류. SK 제공
 
 
한편 최태원 회장 측이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기여 비율도 3심에서 다시 다룰 것으로 보인다. 2심에서는 최종현 선대 회장의 기여분을 12.5배로 산정하고 최 회장의 기여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 측은 1998년 주식가액에 오류가 있으며 오류를 바로잡으면 최정현 선대 회장이 125배고 최태원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으나 최태원 회장의 기여 기간을 2024년 4월까지 늘리며 최태원 회장의 기여가 160배·최종현 선대 회장은 125배로 계산했으며 재산 분할 비율에는 변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 측은 기여분의 숫자가 바뀌지 않은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2019년 재판부가 두 사람의 사실혼이 파탄났다고 판단한 만큼 해당 기간 노소영 관장이 재산 형성에 기여했는지 또한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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