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현재 일자리의 90%가 AI로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6년 후인 2030년 모습이다. AI가 언젠가는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할 것이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되어 왔으나 그 치환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 당혹감과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AI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 방향’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는 AI 기술 발달로 대부분의 직무가 이미 자동화됐거나 곧 자동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AI의 기술적 자동화 가능성이 낮은 직무 범위가 10%를 넘는 일자리는 현재 전체 일자리의 1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말을 바꾸면 2030년에는 업무의 90%를 AI에 맡길 수 있는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90%에 달한다는 것인데, 이미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일자리의 38.8∼70% 이상의 업무를 AI와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서도 지난해 11월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국내 일자리 중 약 341만 개(전체 일자리의 12%)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사실 지금도 음식점·카페·영화관·마트 등에 가 보면 무인 주문·결제 시스템인 키오스크는 물론 음식을 테이블까지 가져다주는 로봇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KDI 보고서는 현재 일자리 90%에서 업무의 90% 이상을 AI가 대신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는데, 특히 주방장·패스트푸드 종업원·냉난방 설비 조작원·음료 조리사 등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100%라고 한다. 반면 AI에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낮은 직군으로는 의회의원·고위공무원·공공단체 임원·항공기 조종사·작가 등이 꼽히고 있다.
AI 기술 발달의 결과 현존하는 대부분의 직무가 자동화로 전환되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기업들은 임금 등 경비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해서라도 첨단기술 도입을 서두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충격과 영향력을 어떻게 흡수하느냐는 것이다. 우선 KDI 보고서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복잡하고 고도의 창의성이 필요한 전문직 등은 AI·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에 AI·로봇 도입이 지역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이 근로자 임금, 특히 여성 평균임금의 감소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KDI가 50인 이상 상장 및 코스닥·외감법인 약 8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AI를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의 약 절반 정도가 신규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인구구조 변화,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2022년 고용률 수준(68.5%)이라면 2032년에는 취업자 수가 2022년보다 80만 명, 2042년에는 165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AI의 등장과 함께 막연한 불안으로 부상했던 ‘AI에 일자리 빼앗기는 문제’가 코앞의 현실로 닥쳐 온 상황이다. 그런데 노동시장을 관리하는 제도는 이런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중·장년층의 명예퇴직과 고용 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호봉제가 지적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도입된 획일적인 임금체계와 정년 제도는 현실과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청년 고용에도 부담이 된다. AI의 노동시장 진입을 계기로 경직된 기존 임금체계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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