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8월 금리 인하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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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락에 경제·금융 기관 수장들 모여 시장 동향 점검
주가 폭락 과도하다고 평가했으나 美 경기침체 우려는 여전해
한은 8월 금리 인하 전망 등장 시작… 변수는 부동산·가계부채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06 13:37:20

▲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6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이 총재가 이날 F4 회의를 마치고 회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발(發)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기준금리를 서둘러 내려야 한다는 ‘8월 금리 인하설’이 대두하고 있다. 다음 달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미국 중앙은행(Fed)에 앞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수도권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어 한은의 금리 인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경제·금융 기관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에 234.64p 하락했다. 직전 최대 낙폭인 2020년 3월19일 133.56p를 100p 이상 웃돌았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 11.3% 떨어졌다. 장중 패닉 셀(과매도)이 거듭되면서 4년 5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기도 했다.

경제·금융 수장들은 국내외 증시 급락에 대해 미국 시장의 평가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주말 이후 아시아 증시가 먼저 시작되면서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과거 주가 급락 시에는 실물·주식·외환·채권 시장에 실질적인 충격이 동반됐으나 이번에는 해외발 충격으로 주식시장에 한해 조정돼 과거와 다른 이례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크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신규 일자리 증가 폭도 11만4000명으로 직전 12개월 평균인 21만5000명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고용이 꺾이고 임금이 줄어들면 소비는 둔화한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커 소비 둔화는 통상 경기침체 시그널로 인식된다.

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 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IB)들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금리를 0.5%p ‘빅컷’을 점치고 있다.

한은이 Fed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6일 보고서를 통해 기존 10월 0.25%p 1회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서 8월 0.25%p 인하 개시 등 연간 2회 기준금리 인하를 수정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의 8월 금리 인하 개시와 연내 2회 인하를 예상하고 내년 상반기 2%대 금리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리도 미국처럼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이달 2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선제적으로 0.25% 금리 인하를 하고 10월 초에 연이어 0.25%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수는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다섯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28% 상승해 19주 연속으로 오름세를 지속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달 말 715조7383억 원을 기록하며 한 달 사이 7조1660억 원 늘어났다. 이는 2021년 4월(+9조2266억 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한은이 미국의 금리 인하 등 외부 요인보다 가계부채 등 내부 요인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나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금융통화위원회의 우려가 큰 분위기다”며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적극 나설 수는 있다고 해도 금통위는 국내 금융시장 동향에 더 포커스를 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창용 총재도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언급했다. 한은 관계자는 “며칠 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고 말을 아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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