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부의 상징 ‘삼각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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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상 차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14 00:02:30

‘삼각별 ’ 로고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 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적인 심벌이다. 그 심벌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고급 자동차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삼각별 ’ 로고는 벤츠의 창립자 중 한 명인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가 1909년에 처음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다임러는 자동차·항공기·선박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진을 개발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삼각별’은 지상·해상·공중이라는 세 영역에서의 모터리제이션(motorization·동력화)을 뜻한다. 이 꿈이 반영되어 삼각형의 세 방향은 각각 자동차·비행기·배를 나타내게 되었으며 벤츠의 기술력과 혁신 정신을 강조하는 상징이 됐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 말도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이 문구는 헤어진 연인이나 안 좋은 관계를 정리하고 나면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특히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 표현이 많이 사용되었다. 이후 대중문화 속에서도 널리 퍼지게 됐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 ‘벤츠’는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를 넘어 성공·부·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최근 그런 벤츠의 명성이 한순간에 먹칠 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1일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1억 원이 넘는 벤츠 전기차 1대가 폭발해 주변에 주차된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탔고 주민 12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 천장 배관이 다 망가져 아파트 5개 동 480여 가구의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겨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졸지에 난민 처지가 됐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전기차는 ‘시한폭탄’이라는 이미지를 우리 사회에 깊게 각인시켰다.

한국은 도심지 약 70%가 아파트이고 지상 주차장을 없애는 추세라 언제든지 청라 아파트 사고와 비슷한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가 재발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화재사고가 강 건너 불구경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전국 아파트 곳곳에서 전기차 주차 분쟁까지 벌어지는 가운데 서울시와 충청남도는 서둘러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 90% 이하인 전기차만 주차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완전한 방전과 충전보다 30~90% 정도로 충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대변혁에 사활을 걸었던 전기차 업체들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이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에 화재 위험성까지 더해지자 소비자들의 전기차를 외면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번 사고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8만6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미 13.4%나 떨어진 상태다. ‘전기차 공포증’이 확산된다면 현재의 수요 둔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동차 업계로선 어떻게든 소비자 불안감 해소에 나서야 할 판이다.

최첨단 기술이 사회에 수용되려면 품질에 대한 신뢰가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벤츠의 아성이 흔들리는 이런 때일수록 우리 기업들이 좌고우면하지 말고 ‘안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그간 축적해 온 기술력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본때를 보여 줬으면 한다.

임한상 차장대우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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