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정부는 할당관세가 만능이라 착각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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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1-14 00:02:30

요즘 정부가 할당관세를 남발한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이달 말 설 연휴를 앞두고 배추·무 등 수입품목에 대해 4월까지 할당관세를 적용 및 연장한다고 밝혔다. 현재 배추와 무 가격이 높은 상황인데 이는 산지유통인 및 김치업체 등의 저장 수요는 증가하지만 작황은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에 배추는 27%에서 0%로, 무는 30%에서 0%로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겨울철 필수 품목이자 수요가 증가하는 액화천연가스(LNG)에 대해서도 할당관세(3%->0%)를 3월까지 적용하고, 도시가스가 제공되지 않는 농촌 지역 주민들을 위한 LPG는 6월까지 적용한다고 밝혔다.

할당관세는 수입물품에 대해 관세를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인데 공급을 원활하게 하거나 가격을 낮출 때 주로 사용하는 카드다. 농산물이 기후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하거나 계절 필수품을 수입해야 하는 경우 서민들을 위해 당연히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할당관세를 적용해 일정 물량의 물품 관세가 0%가 되는 것이다. 관세는 국세이고 국가의 재원이기 때문에 걷을 세수가 줄어드는 셈이다. 부족한 세수는 다른 곳에서 채울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9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 재정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8조2000억 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할당관세 영향으로 관세는 5000억 원이 걷히지 않았다. 2023년에는 무려 1조753억 원이 덜 걷혔다.

할당관세 적용으로 물품 가격이 안정됐는지도 의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2022년 할당관세 품목별 물가안정 효과’에 따르면 최종재 1% 인하 시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는 △소고기 0.12% △돼지고기 0.51% △닭고기 0.28% 등이었고 인하 시점은 최대 1년이었다. 할당관세로 인하된 가격의 50~90%는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수입업자 등이 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관세지원액의 대부분을 수입업체 등이 착복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내지 않았다”며 문제가 제기됐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일부 수입 과일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관세가 0%가 된다. 대상 품목을 살펴보면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아보카도 △두리안 △만다린 △망고스틴 △으깬 감귤류 △오렌지 등이다.

정부의 묻지마 할당관세 적용보다는 더 효율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비해 정부가 나서서 기술을 지원하거나 김의 사례처럼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사과 등 국내 과일이 비싸다고 무조건 수입 과일에 할당관세를 매길 것이 아니라 대규모 창고를 확보해 가격이 뛸 때마다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많은 수입물품들의 관세가 사실상 철폐되거나 철폐 예고됐다. 대표적으로 수입산 쇠고기는 미국과 호주에서 많이 들여오는데 미국은 2026년, 호주는 2028년 관세가 없어진다.

축산업계 종사자들은 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 다음 세대에 업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등 시름하고 있다. 자급률이 높다는 닭고기는 2023년 시장의 80%가 붕괴됐다. 자급률이 낮으면 국내 생산량이 적어져 수입 의존이 높아지는데 가격이 요동치면 역시 할당관세를 적용할 것이 뻔하다.

이처럼 할당관세 카드는 무적의 카드가 아니다. 게다가 요즘 탄핵 사태 여파로 환율이 올라 수입물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민생을 살피기를 바라 본다.

정도현 기자 dhju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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