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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윤종)는 김창룡 당시 경찰청장을 '개떼 두목'이라고 표현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을 두고 애초에 민 전 의원에 대한 기소가 정치적 무리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재판부는 "경찰청장은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위에 속한다"며 "피고인이 외부적 명예를 침해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고, 경멸적인 감정을 보이지 않았던 점으로 봐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 사건은 2020년 10월3일 개천절을 맞아 보수단체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려던 차량 행진 집회를 경찰이 불법으로 규정하자 민 전 의원이 작성한 비판 글에서 발단되었다.
“부정선거 시위를 9명으로 제한해서 차량 시위를 벌이려 했더니 차량도 9대로 제한하고 어기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겠다고 했다"면서 "이에 대해 지금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하는 김태규 당시 현직 판사가 그것은 경찰청장의 권한 밖에 있는 일이라고 했다”고 사건의 배경을 설명한 민 전 의원은 2020년 9월25일 김 판사의 글을 공유하며 '현재 경찰은 국민이 아닌 문재인 정권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개'라며 '그 개떼 두목이 김창룡'이라고 표현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썼다.
이에 한 좌파시민단체가 친고죄인 모욕죄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고, 당사자인 김 전 청장이 "모욕적인 언사가 섞인 게시물로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며 민 전 의원을 고소했다. 이후 민 전 의원은 불구속 입건돼 검찰로 송치됐고, 벌금 70만 원에 약식 기소되자 2021년 1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는 △경찰청장의 행동에 비난의 여지가 있었다 △경찰청장이라는 자리는 대중의 비난에 상시로 노출된 자리다 △권력의 개라는 표현은 주구(走狗)라는 형태로 널리 사용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피고인이 쓴 글은 도심 집회 불허 결정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경찰청장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작성됐다"며 "경찰청장은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지위"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었다. 이어 "글 작성 경위 등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이유가 있는 정당한 행위였다"며 이 사건을 두고 "위법성이 사라져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라고 덧붙이고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2021년 1월 시작된 이 재판은 1심의 판결이 2심에서도 유지되어 3년 7개월 만에야 민 전 의원이 쓴 글의 당사자가 경찰청장인 점을 고려하면 ‘개떼 두목’이라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이 사건 자체가 기소되어 재판까지 갈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민 전 대표는 이런 재판을 8건이나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중 방역법 관련된 집행이 유예된 2건의 벌금형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죄를 받았다.
그 벌금형 중 2023년 8월 18일 인천지법 형사10단독 현선혜 판사로부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7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의 처분을 받은 사건은 민 전 의원이 2021년 3월 미국에서 귀국 후 자가격리를 하다가 격리 해제를 앞두고 자택을 무단으로 이탈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 된 것이다.
그는 "당시, 판사가 법정에 안 나오면 구속하겠다고 경찰관까지 집으로 보냈길래 차량을 이용해 격리 장소인 인천 연수구 자택을 벗어나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이 열리는 서울남부지법으로 갔는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코로나 자가격리 시간 두 시간 어겼다며 내린 판결"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항소하여 무죄를 다투겠다고 한다.
대법원이 최근 발행한 '2023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 616만7312건 중 형사사건이 151만7547건이다. 이 가운데 기소돼 재판까지 간 ‘형사공판사건’은 31만502건인데, 그 중 무죄판결을 받은 건 1심에서 7016명, 2심에서는 1183명으로 합쳐서 전체의 2.6% 정도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사법연감에 공개된 2000년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
이처럼 형사 공판 사건의 무죄율이 극도로 낮은 것은 쌍방이 서로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법적 다툼을 하는 민사재판과 달리 형사재판은 경찰•검찰의 수사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사건의 증거를 확인하고 내용을 파악하며 처벌할 것이 확실할 경우에 기소한다는 배경을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 전 의원의 경우는 2건의 벌금 유예 형을 유죄로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75%의 무죄율을 보인다. 전체 평균 무죄율 3% 미만에 비하면 민 전 의원에 대한 기소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2020년 제21대 총선 이후 지속적으로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 활동을 주도해 온 민 전 의원에 대한 모종의 압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민 전 의원에 대한 사법적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2년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 조작설 유포’로 황교안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총괄대표와 함께 민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사전 선거에 문제가 있으니 사전투표 말고 본 투표를 하라’는 민 전 의원 주장이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라며 고발한 것이다.
검찰 고발 이후 이 사건은 경찰로 이관되어 무혐의 불송치 처분을 받았고, 이에 불복한 선관위는 이의 신청을 했다. 선관위의 항고는 검찰에서도 기각되어 불기소 처분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며 또다시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2023년 4월 고등법원의 재정신청 기각판결이 나기까지 민 전 의원은 "사전투표를 하지 말라는 건 투표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당일 투표를 하라는 말이지 않은가? 만약에 나를 처벌해야 한다면 사전투표 하라고 홍보하는 사람들도 당일 투표를 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니 그 사람들도 처벌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경찰•검찰•법원에서 자신의 정당함을 다퉈야 했다.
가가호호공명선거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대한민국을 좀 먹는 거짓과 싸우겠다며 '부정선거 진상 규명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 전 의원은 일반인에게는 단 한 건만으로도 일상이 마비되는 고통과 피해를 수반할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선관위의 무리한 고소•고발 남발과 함께 검찰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무리한 기소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기소한 사건이 무죄로 판결될 경우 인사 평정에서 불리한 평가와 처분을 받게 되는 검찰의 입장을 고려할 때 민 전 의원에 대해 연이어 부당하고 무리한 기소를 행해 온 검사들의 행보는 어떠한가. 향후 그들의 움직임과 동향을 주시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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