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준칙 없는 전기차 주차… 전기차 차주만 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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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전기차 충전기 비율 58.7%… 일부 아파트는 지하 주차 거부
서울시 등 지자체 대책 논의… 전국 통합 전기차 주차 방침은 언제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2 12:59:56

▲ 서울 시내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에 운영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지하 주차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는 가운데 전기차 차주들이 지하 주차 거부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지하 주차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으면서 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 전기차 차주는 대형 병원에 방문에 주차하려다가 지하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보고 지상 주차장으로 핸들을 돌렸다. 해당 차주는 최근 지하 주차를 거부하는 곳이 늘었기 때문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특히 전기차 과충전이 화재 발생 요인으로 지목받으면서 지하에 위치한 전기차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거나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를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하며 과충전 공포감 잡기에 나섰으나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지하 주차를 거부하는 아파트 단지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충전기를 폐쇄하거나 주차 자제를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기를 대체할 만한 시설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차 거부 사례가 늘어나며 전기차 차주들은 충전·주차할 곳을 찾기 힘든 상태다. 전기차 충전기의 과반수가 지하에 설치돼 있어 이러한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이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 37만3961기 중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의 비율은 58.7%에 달했다. 특히 현재 설치된 완속 충전기의 상당수가 과충전 전기차 전력선통신(PLC) 모뎀이 장착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주차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와 각 지자체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2025년부터 PLC 모뎀이 장착된 전기차 완속충전기 7만1000기와 급속충전기 4000기를 새로 보급하고 설치 5년 이상 된 기존 충전기 2만 기를 교체하기로 했다. 새로 설치되는 충전기는 모두 PLC가 장착된다.

서울시가 배터리를 90% 이하로 충전한 전기차만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권고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각 지자체에서도 전기차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8월21일 국회에서 지자체의 독자적 결정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통합된 준칙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24년이 약 4개월 남은 상황에서 전기차 주차 문제를 각 아파트나 시설 관계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하에 있는 전기차 충전기를 옮기려고 해도 지상에 마땅한 공간이 없는 곳도 있는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 전기차 차주는 “지금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는 것과 과충전이 무서운 것은 인정하지만 주차할 때마다 눈치가 보여서 전기차 타는 게 죄가 되는 기분”이라며 “모든 충전기를 지금 당장 교체하거나 지상으로 옮길 것도 아니라면 현실적인 방법을 빨리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