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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난 역마살이 끼었나 봐”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역마살(驛馬煞)이란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늘 이리저리 떠돌아다녀야 하는 액운’을 말한다.
‘살’이라는 말은 ‘해나 별 따위의 천체가 내뻗치는 기운’ 혹은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 ‘친족 사이의 사나운 띠앗’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역학자들은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하늘의 기운(해·달·별 등)에 따라 체질과 운명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때 하늘에서 뻗쳐 오는 기운을 ‘살’이라고 한다. 친구들 간에 ‘급살 맞아 죽을 놈’이라는 표현을 장난처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런 경우의 살이 모두 같은 어원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나이를 이르는 ‘살’과는 다른 말이다. 또한 ‘살코기’의 ‘살’의 의미와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 모두 이런 ‘살’과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한다. 보통 도화살(桃花煞)·역마살 등에 들어 있는 나오는 ‘살’이라는 말이 우리말인 줄 아는데 한자에서 유래한 것이다. 한자를 빼고 우리말을 논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명예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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