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먹고사는 것에 대한 기본 욕구를 충족하는 것은 농업에 달려 있다. 농업과 농촌을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지원이 각별해야 함을 뜻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업직불금제가 왜곡돼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농업직불금제는 농민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한 해 2조 원 규모로서 실제로 농사를 짓는 농민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땅 주인이 직불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 입장에선 신고도 할 수 없다. 지주한테 직불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바로 “그냥 농사짓지 말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런 땅의 농민들은 정부의 각종 보조사업에서 제외된다. 불법 직불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가 시급한 이유다.
특히 정부의 직접지불금 부정 수급 단속 과정에서 친환경농업인 인증을 받은 임차인들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대책이 요청되고 있다. 이 문제의 본질은 불법 임대차에 대한 처벌 기준 미비와 농지 임대차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인으로 등록한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법적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주택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제정돼 각각 임차인을 보호하고 있지만 ‘농지임대차보호법’이 없기에 불이익을 당하는 농업인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불법적 농지 임대가 만연한 상황임에도 농지 임대차에 관한 규정을 ‘농지법’에 한데 몰아 규정하고 있어서다. ‘농지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임대차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친환경인증을 취득하고 이를 유지하며 농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시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임차인이 친환경인증을 취득한 경우 그 계약 기간 동안 농지 임대차 계약이 유효함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임차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조치이다. 임차인은 임대인의 친환경인증 포기 압박을 무시하고 계약 유지를 위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농지 임대차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을 마련하고, 임차인이 임대인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 이미 ‘농지법’에서도 임차인의 대항력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것은 모든 요건을 갖춘 유효한 임대차만 해당되므로 본 사안을 보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농지법’에 규정된 농지 임대에 관한 규정을 완화해 개인 간의 농지 임대차를 전면적으로 유효화하는 것은 안 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농지도 임대 수익을 위한 투기 수단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농지임대차보호법’ 제정이 필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농지 임대 계약에 근거해 국가 인증까지 획득한 실경작자인 임차인을 농업인으로서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생명이요, 농촌은 우리의 미래다. 이를 위한 법적 뒷받침이 긴요하다.
농업 개혁이 꽃피어 ‘선진 농촌’의 꿈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널려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비교경쟁력 있는 농축산물 생산·유통 단계 축소와 수급 조절·지도자 양성·전업(轉業) 지원 프로그램 마련 등은 단골 메뉴다. 이뿐인가. 교육·의료·문화복지시설 확충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일이 산더미다.
농촌·농업은 더 이상 변화의 세계화 물결에서 벗어난 영역이 아니다. 정부는 농민단체 참여하에 농민의 자립기반을 조성해 농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 지금 때를 놓치면 우리 농촌은 외로운 ‘워낭소리’ 할아버지들만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다. ‘돌아오는 농촌, 잘사는 농촌’이란 구호 또한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 있음을 직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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