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투세 폐지가 바로 ‘먹사니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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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수익률 낮아 시장 탈출 흐름 가속화
폐지되면 개인·고액 투자자들의 투자 활발해질 것
여야는 불합리한 다수 규제법 과감히 정비해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24 00:02:01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한국 증시의 수익률이 전쟁 중인 러시아 증시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 급락장에서 주요 지수 대비 현저히 낮은 회복력을 보이며 국장(國場·국내 증권시장) 탈출 흐름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한국거래소와 증시에 따르면 코스닥지수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39%(이달 20일 기준)로 러시아 대표 주가지수인 RTS(-11.78%)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에 43개의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코스닥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중국의 선전종합지수(-16.18%)가 유일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지수는 17.42%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3.01%)도 마이너스 신세인 것은 매한가지다. 사실상 국내 증시의 수익률이 전 세계 꼴찌다. 미국 주식의 수익률이 훨씬 높아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국장에서 ‘미장(美場·미국 증권시장)’으로 물밀듯 빠져나가고 있다. 국내 증시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렀지만 미국 증시는 올 들어 강세를 이어 가고 있어서다.

뉴욕 증시의 경우 주요 주가지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빅컷·0.50%p) 영향에 낙관론이 되살아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다우지수는 4만2000선을 돌파했고 S&P 500 지수도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연준의 빅 컷 이후 되살아난 증시 낙관론에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자금 조달의 주요 시장인 국내 증시의 약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정부는 밸류 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지만,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처럼 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밸류 업’이 아닌 ‘밸류 다운’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투세란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을 뜻한다. 금투세는 당초 2023년 1월부터 도입하기로 했지만, 2년 미뤄져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고, 국민의힘도 여기에 찬성하고 나섰다.

이유는 분명하다. 금투세가 폐지되면 개인 투자자와 고액 투자자들의 투자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이를 통해 저평가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본의 해외 유출 방지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국내 주식 매매로 5000만 원이 넘는 차익을 거두기 위해선 주식을 수억 원 이상 보유한 고액 투자자가 대부분 해당된다. 따라서 고액 투자자가 금투세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 해외시장으로 간다면, 자금이 유출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세수 감소를 우려하며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시 예상되는 세수는 약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최근 경기 둔화와 기타 세금 완화 정책 등으로 인해 걷히는 세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만약 금투세까지 폐지된다면 세입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와 다수 국민의 이익을 위해선 금투세는 폐지되는 게 마땅하다. 이것은 1400만 개미 투자자가 간절히 원하는 사안임을 민주당은 직시해야 한다. 금투세 문제야말로 이재명 대표가 강조한 ‘먹사니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민주당은 24일 ‘유예’와 ‘시행’으로 팀을 나눠 금투세 토론회를 갖는다. ‘폐지’ 논의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는 진정한 토론회라고 할 수 없다.

정치권은 불합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다수의 규제법은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투자가들이 자본시장에서 마음껏 일하도록 돕는 게 한국 경제에 몰아닥치는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는 방안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