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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삼척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삼척블루파워와의 회사채 주관 계약 연장을 놓고 갈림길에 섰다. 키움증권 등은 5년 동안 삼척블루파워에 자금을 1조원 이상 조달했다. 그러나 연말 계약 종료를 앞두고 탈석탄 선언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삼척블루파워와 주관계약 중단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 주관사인 키움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 중 일부는 연말 종료하는 삼척블루파워와의 회사채 총액인수확약(LOC)에 대해 계약 연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주관사 관계자는 “발행사로부터 을(乙)이라서 계약 연장에 대해 입장을 내기 조심스러운 상황이지만 ESG 경영 등이 있어 추가로 계약을 이어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관사 관계자도 “회사 전체적인 기조가 석탄에 투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개인적인 생각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른 주관사 관계자는 “연말 삼척블루파워 만기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담당자가 지금 자리에 없어 드릴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또 다른 주관사 관계자도 “연장이나 재계약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주관사 관계자 역시 “삼척블루파워를 거쳐서 나가는 게 아니라서 증권사가 먼저 진행 경과 등을 언급하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증권사 6곳은 2018년 삼척블루파워와 5년간 1조 원 규모의 총액인수확약(LOC)을 맺고 회사채 발행 주관을 맡고 있다. 2020년 9월부터 지금까지 1조3500억 원의 공모채 발행을 주관했다. 다만 ESG 열풍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삼척블루파워 공모채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하지 못하면서 절반 이상 미매각됐고 LOC에 따라 주관사들이 남은 물량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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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올해 분위기는 조금 변했다. 13일 삼척블루파워는 3년물 1500억 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 총 1393억 원을 모았고 추가청약을 통해 110억 원 주문이 들어와 사실상 전액 판매를 기록했다. 6월 1500억 원을 모집하는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1750억 원이 들어왔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의 수요에 맞춰 리테일 판매를 노린 증권사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의 표면이율은 6~7%대로 신용등급 A+ 치고는 높은 편이다.
채권시장에서 판매 중인 회사채는 △삼척블루파워6 △삼척블루파워7-2 △삼척블루파워8 △삼척블루파워9 △삼척블루파워10 △삼척블루파워11 6개다. 투자자 누구나 거래할 수 있다.
이를 두고 탈석탄 선언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 주관사 6곳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5개 증권사(NH·미래에셋·신한·KB증권·한국투자)는 2020~2021년 중 탈석탄 금융을 각각 선언하며 친환경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5개 증권사는 “탈석탄 선언 전 맺은 계약이라 계약 만료까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 등 시민단체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석탄발전 회사채를 발행하는 삼척블루파워와 발행 증권사들의 인수 및 미매각 채권 개인 재판매 행위를 규탄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팀장은 “올해로 증권사들이 석탄 채권 인수와 판매의 핑계로 내세웠던 LOC도 끝이 나는데 발전소는 수익은커녕 가동조차 되지 않고 있다”며 “석탄 채권에 대한 추가 인수와 판매를 행위와 계획을 중단해 기후위험 폭탄 돌리기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탄을 넘어서 등에 따르면 삼척화력발전소는 2018년 착공을 시작해 올해 5월 상업운전을 시작했고 12월 준공해 가동할 예정이지만 ‘동해안-신가평’ 송전선로 건설 지연과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소 완공 시에도 가동률이 0%에 그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석탄을 넘어서 등 단체들은 “사업의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발행 주관 증권사 6곳 모두 삼척블루파워와 계약 연장 및 신규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 등 1금융권에서 3600억 원의 회사채 한도 대출 약정에 따라 유동성이 조달될 예정이다.
정기춘 기후솔루션 캠페이너는 “발행 주관 증권사들이 LOC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다른 중소 증권사들이 새롭게 도와줄 수 있어 주의 깊게 봐야 할 것 같다”며 “키움증권 같은 경우 탈석탄 선언을 하지 않아 여지가 조금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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