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 원짜리 삼성 가습기인데 정말 좋아! 2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자, 2만 원! 없어요?”
가습기가 매물로 나왔다. “3만 원!” 손을 번쩍 든 남성이 소리쳤다. 경매사는 굳이 낙찰가를 높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와, 3만 원? 3만 원에 가져가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만물도깨비 경매장. 가족 단위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각종 생활용품을 싼 값에 챙기느라 경매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만물도깨비 경매는 손을 들어서 구매 의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약 경매사가 낙찰을 선언했는데 손을 든 사람이 여럿이면 가위바위보로 낙찰자를 가린다. 간혹 경매에 나온 물건에 대해서 모른 채 파는 경우도 있다. 설명조차 못해도 경매사는 싼 가격에 팔아넘긴다.
경매장을 찾은 사람은 가족 단위가 많았다. 어린이까지 함께 온 가족은 원터치 텐트부터 캠핑용 의자·테이블 등 각종 캠핑 용품을 헐값에 구매한 뒤 함박웃음을 지었다.
40대 남성은 “물건 가격이 저렴해서 나들이할 겸 가족을 데리고 놀러왔다”면서 “값싸게 쇼핑하는 재미가 있어 종종 들린다”고 말했다. 노련한 경매사가 허술하게 물건을 파는 모습은 왠지 정겨워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매에 나오는 물건은 각양각색이다. 청소기 같은 전자기기는 무대에서 설치된 전선과 연결해 작동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그러나 가끔 작동하지 않는 고물 선풍기도 나오지만 경매사는 당황하지 않고 더 싼 가격에 파는 모습은 코미디를 연상시켰다.
사람을 빼고 모두 다 판다는 만물 경매장은 흥겹다. 그러나 경매장 분위기가 뜨거운 건 폐업하는 가게가 많다는 방증이다. 만물도깨비 경매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폐업 가게 물건을 경매로 처리한다. 한 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 명에 이르면서 새 물건이 중고보다 싸게 팔리는 이상 현상이 종종 보인다.
50대 남성 조모씨는 폐업한 자영업자에게서 구매한 물건을 트럭을 싣고 왔다. 집집마다 묵혀진 중고 물품을 팔다가 최근엔 폐업 가게에서 나온 물건을 싣고 만물도깨비 경매장을 찾는다.
“여기서 물건을 가져와 파는 사람들은 다들 제각각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 있어 일률적으로 어떻게 물건을 구해오는지 말할 수는 없어요. 저는 폐업한 가게에서 매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훨씬 더 많은 경우는 업자를 두세 차례 거쳐서 물건을 매입한다고 들었어요. 요즘 매물이 워낙 많아서 어떤 물건인지 모른 채 사는 경우도 있어요.”
경매장은 인적이 드문 포곡읍 산자락에 위치한다. 오가는 인적이 드문 시골이지만 경매장은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차가 가득 찼다. 차가 많은 만큼 사람도 많았다. 싼 가격에 떨이 물건을 사려고 몰린 사람들 때문에 이중주차를 피할 수 없다.
만물도깨비 경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물건을 싼 가격에 샀다고 좋아하는 모습의 뒷면엔 싼 가격만큼이나 폐업한 자영업자의 애환과 눈물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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