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리베이트 의사 구속영장… 고려제약 실적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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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승계 안정화에도 실적 악화
346명 관계자 입건 후 수사 진행 중

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2 12:45:20

▲ 경찰 관계자들이 4월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고려제약 본사 앞에 서 있다. 경찰은 의사들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고려제약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

고려제약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사정기관의 집중 조사받는 가운데 하반기 실적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창업주 박해룡 회장이 20년간 경영을 이끌어온 고려제약은 현재 그의 장남 박상훈 대표이사 중심의 새로운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고 제네릭(복제약) 위주에서 체질개선을 도모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리베이트에 대한 전방위 조사에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려제약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치매 치료제를 비롯한 중추신경계 의약품과 종합감기약 하벤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전체 매출액에서 뉴로메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5% 달하는데 지난해 2월부터 판매 중단되며 실적 악화에도 영향을 미다. 올해 퇴출된 뉴로메드를 대체할 뇌기능 개선제로 뉴로골린을 허가받아 5월부터 출시해 판매 중이다.

상반기 매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누적 매출은 382억8002만 원 영업이익은 86억5796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8.3%, 1.5%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22억3697만 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했고 매출원가도 229억545만 원에서 194억5974만 원으로 15.0% 줄어 수익성은 소폭 개선된 상태다.

고려제약은 오너 2세 박상훈 대표이사 경영체제 중심으로 탈바꿈했다. 박 대표는 2005년 당시 박해룡 회장과 각자 대표로 취임했고 2009년 부친의 지분 14.18%를 증여받아 최대 주주로 등극해 고려제약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올랐다. 6월 말 기준 박 대표이사는 38.84%의 지분을 보유한 고려제약의 최대 주주가 됐다.

오너 2·3세 경영승계를 준비 중인 기업의 가장 큰 골치는 후계자의 낮은 지분율로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거나 세금 부담으로 섣불리 지분 승계를 완성하지 못한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일찍이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승계 구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전문의약품 부진으로 인한 실적 정체와 건기식·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에서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을 다각화해 신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고려제약의 성과는 미미한 상태다.

고려제약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3%~4%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비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 올 상반기 연구개발 비중은 2.77%에 그쳤다.

하반기 실적이 얼마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고려제약의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의사 등 4명이 구속 갈림길에 있다. 이들은 고려제약 제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고려제약 직원으로부터 제품 판매 대금의 일정 비율을 리베이트로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고려제약이 자사 약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의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해왔다. 7일 기준으로 346명의 관계자를 입건 후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은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 상당의 현금이나 금품·골프 접대 등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법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의약품 공급업자로부터 처방 유도나 거래 유지 목적의 경제적 이익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2009년 ‘쌍벌제’ 도입과 2014년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번 고려제약 사건은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는 결국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제재와 함께 업계의 자정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제약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 관련해서는 아직 지시사항이 없는 관계로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