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규제 풀린 비대면진료 부작용 점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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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4 00:02:30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계기로 우리 일상 곳곳에 비대면이라는 생소한 문화가 침투하고 오히려 장려되고 있다.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는 편리하고 빠른 의료 접근성을 제공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 방안을 공고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응급의료 위기 사태를 이유로 2월23일부터 비대면 진료 규제를 전면 철폐한 후 진료 건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월평균 12만여 건에 그치던 비대면 진료가 올해 3월과 4월에는 월평균 17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복지부가 의원급 비대면진료량 증가만을 조명하며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 쏠림 현상을 비대면 진료가 예방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증가율은 의원급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비교 시 의원급 비대면진료량이 약 35.99% 늘어난 데 비해 상급종합병원 약 185.71%·종합병원 약 2만2380.00%·병원 437.39%·전문병원 약 1600.00%의 증가율이 확인됐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급여 비대면진료에 해당하는 증가율로 비급여 비대면진료는 중개 플랫폼 외에는 증가율 통계조차 살필 수 없는 게 현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불법·편법 처방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이를 악용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제 비대면 진료뿐만 아니라 의약품 유통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복지부는 응급의료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이유로 비대면진료 규제의 고삐를 늦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늦췄으나 문제점 확인과 대응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제한 비대면진료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불법·편법 처방 모니터링·대응 움직임은 전무하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전국에서 어떤 기형적이고 편법적인 비대면진료 처방이 횡행하고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사업자들은 수익모델 발굴에 초집중 중이다.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 허가를 받아 비대면진료 처방·조제를 중개하는 동시에 약제 유통에까지 손대기 시작한 것이다.

중개 플랫폼은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상 정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법 테두리 바깥에 위치해 명백히 불법이 아닌 한 어떤 형태의 서비스를 기획·이행해도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 결국 의료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편법적이고 기형적인 의료 환경을 조성할 우려가 크다.

특히 최근 쟁점이 된 비급여 주사제 사례는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부 인플루언서 등이 ‘위고비’를 홍보 및 미용 목적으로 구매하고 후기를 온라인에 게시하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위고비 구매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우려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대한약사회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미 비대면 진료를 통해 사후피임약 처방이 가능했던 시절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이후 사후피임약은 대면 진료 후에만 처방할 수 있도록 규제가 변경됐다. 이 같은 조치는 위고비와 같은 약물에도 필요하다.

물론 비대면을 활용해야 할 상황도 있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진료는 필수 서비스지 육성돼야 하는 산업 분야가 아니다. 비대면 진료가 어디까지 필요한 것인지 원칙과 예외를 설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고 정부는 각성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허승아 기자 heos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