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뉴 삼성’ 구호와 이재용 회장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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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18 00:02:3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지 어느새 2년이 다 돼 간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승진 이유로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 등을 제시했다.

이재용 회장은 별다른 취임사 없이 사내 게시판에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을 올려 △인재와 기술 중시 △조직 문화 개선 등을 예고했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첫 사장단 인사를 통해 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을 중용하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났으며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바쁜 행보를 보였다. 마침내 삼성그룹 정상에 선 이 회장의 ‘뉴 삼성’이 현실화되는 듯했다.

그리고 약 2년이 지난 현재 삼성은 전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 실적 부진과 함께 HBM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파운드리 반도체 수율 부족과 모바일 사업부 품질 관리 문제가 계속해서 나온다. 주가도 하락해 ‘5만전자’가 현실화됐다.

삼성의 위기 속에서 이재용 회장의 존재감은 옅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 경험 사업부장(MX)이나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의 존재감이 더욱 크다.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발표한 반성문 역시 전영현 부회장의 이름으로 나왔다. 이 회장은 아직 삼성 등기 이사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의 존재감은 경영 행보보다는 그가 다녀간 어묵집 매출이 상승했다든가 하는 방향으로 뿜어져 나왔다. 연예인이었다면 확실히 좋은 일이지만 삼성전자 회장이 끌어올려야 하는 것은 어묵집 매출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실적이다.

혹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법적 리스크에 따른 경영 공백을 이야기한다. 삼성전자의 구심점이 돼야 할 이 회장이 법정에 끌려다니고 있으니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회장 취임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가 내세운 이유를 보자. 이 회장이 취임한 2022년 10월27일에도 이 회장은 재판에 출석했다. 설마 삼성전자쯤이나 되는 회사에서 회장님 일정을 몰랐을 리 없고 그 대단하다는 삼성전자 법무팀이 재판이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이사회는 그로부터 몇 년 동안 재판 출석하느라 회사 일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사람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면 책임 경영이 강화되고 경영 안정성이 제고되며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 된다.

2022년 광복절 특사 당시에도 이 회장이 풀려났으니 삼성이 앞으로 나아가고 대한민국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왔고 회장 취임 후에는 여전히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것은 쏙 빼고 ‘뉴 삼성’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떠들고 다녔으면서 이제 와서 사법 리스크를 다시 이야기하는 것은 궁색하다.

또 요즘에야 반도체 쪽에서 삼성전자 가느니 SK하이닉스 간다는 말이 나온다고 해도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대한민국 최고 두뇌들을 모아 놨는데 이 회장이 관심을 못 가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재판 끝나기만 기다려야 한다면 그건 법조계의 잘못이 아니라 그런 조직을 만든 사람들의 잘못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삼성전자는 전에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정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면 당장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이 회장 법적 리스크 소멸보다는 더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길 바란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