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한 갈등은 위기 과장하는 ‘언론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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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 회담’ 언론 보도는 사실 아닌 추측 치우쳐
보수·진보 막론하고 양자 갈등 증폭시키는 방향
박근혜 탄핵 등은 언론이 사회 분열 초래한 사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4 00:02:02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의 면담을 둘러싸고 다수 언론의 보도 형태를 보면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예측과 추측에 치우쳐 있는 경향이 크게 눈에 띈다. 언론이 기사 형식으로 정보 전달자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사설이나 오피니언 형식으로 해설자로서 독자의 판단을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적 입장이나 편향성을 고집하는 언론이 휘두르는 펜은 자칫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윤·한의 차담 회동 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언론들은 일제히 윤·한 갈등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보도의 방향을 잡았다. 한겨레의 경우 회동 전부터 이미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관측을 전했고, 회동 후에는 ‘윤 대통령 철벽 재확인 한 대표, 이제 국민 눈높이 따르라’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맹탕’으로 끝났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윤·한 갈등이 더 커졌다는 전제로 한 대표의 독자 행보를 부추기는 듯한 기조를 이어 갔다.

경향신문 역시 윤·한 회동을 두고 ‘맹탕 차담’이라고 평가했다. “두 사람이 할 말만 하고 돌아선 ‘맹탕 회담’ 후에는 윤 대통령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과 만찬을 했다”고 전함으로써 마치 한 대표가 따돌림당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추 원내대표는 “연락이 있어서 (대통령실에) 잠시 들렀다”며 “저를 위해 있던 (만찬) 자리가 아니고 만찬은 동료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언론이 과장된 추정으로 국민의 판단을 호도하는 위험한 행태를 보인 한 사례에 불과하다.

조선일보는 ‘민망하고 졸렬한 작금의 정권 풍경’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마주 앉는 장면을 두고 “검사가 변호사와 함께 온 피의자를 조사하는 모습”이라는 인터넷 댓글로 설명했다. 추 원내대표를 식사 자리에 따로 부른 것에 대해서도 “당대표를 무시하고 원내대표와 분리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민의 시선에서 보면 ‘민망하고 졸렬한’ 언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역시 윤·한 회동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나 큰 후폭풍이 몰아닥칠 조짐”이라며 국민 불안을 조성하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종전과 달라진 게 조금도 없는 듯하다며 비판의 화살을 윤 대통령에게 돌렸다.

위의 언론 보도는 사실의 전달이 아닌 언론사의 일방적 해설에 불과하다. 실제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등에 관한 한 대표의 요구에 윤 대통령은 이렇게 대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리한다.” “인적 쇄신은 내가 판단해서 할 문제다. 한 대표가 나를 잘 알지 않나.” “대통령실의 어떤 직위의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대로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에게 전달해 달라.”

이 대답에서 ‘윤 대통령의 철벽’ ‘국민 가슴을 더 꽉 막히게 한 면담’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보도했다면, 이는 언론이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키고 사회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윤·한 갈등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지라도 실제보다 과장됐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언론이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키고 사회 분열을 초래한 사례는 많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광우병 사태에 직면해서 국민을 ‘어리석은 군중’으로 이끌어 간 언론들이 역사에 얼마나 큰 죄를 지었는지는 이미 밝혀진 바 있다. 이제는 언론이 그 책임을 통감하고 신중한 보도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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