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배임 의혹’ 커지는 불씨… 지분싸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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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이그니오·원아시아 의사회 의결 없이 1조대 투자
영풍·MBK “비정상적 투자·SM엔터 시세조종 의혹 밝혀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2 20:08:36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고려아연의 지분 공개 매수가 23일 끝났지만 최윤범 회장의 투자 관련 의혹이 떠올랐다. 영풍과 고려아연이 각자 지분 50%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최윤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고려아연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23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에 확인한 결과 영풍은 최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영풍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안은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 투자(약 5800억 원)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약 5600억 원)이다.

고려아연은 2022년 7월 이그니오를 인수하는 데 약 5800억 원을 투자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미국 3위 구리 재활용 수출기업 ‘SA리사이클링이 2021년 약 3900억 원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그니오 사무실 주소에는 이그니오 직원이 없어서 실체가 없다고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2022년 원아시아파트너스에도 약 5600억 원을 투자했다. 영풍은 이사회의 결의 없이 최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를 결정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중학교 동창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최 회장이 원아시아파트너스에 2019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5년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투자한 이유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등을 주주들 앞에 나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풍은 9월25일 최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 매수를 선언하자 영풍은 배임이란 이유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억지 주장이라고 일축하자 영풍은 가처분 신청 기각이 배임 행위가 없었다는 건 아니므로 재판에서 다뤄야 한다고 반박했다.

최 회장 사법리스크는 경영권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고려아연이 지분 대결에서 이기더라도 경영진의 배임이 드러나면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영풍·MBK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 기준으로 48%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과반에 거의 근접했으나 과반을 확보한 것은 아니므로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추정치가 나돌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 쪽도 지분이 과반을 넘었다는 확신이 없고 과반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며 “영풍의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나 한화·LG화학·현대자동차 중 하나가 영풍의 손을 들어준다면 영풍은 확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지분의 7.8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어느 쪽을 지지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화·LG화학·현대자동차 등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한 기업들은 최 회장 우호 지분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의 배임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최 회장의 배임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나온다면 최 회장의 우군이 돼 줄 국민연금이나 주요 주주들이 이탈해 고려아연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양준규 기자 jgy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