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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서 나오는 리포트 10개 중 8개 이상이 ‘매수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도 의견’은 3%에 그쳤다. 주식시장이 1년간 둔화세를 보이고 대다수 종목이 줄곧 하락했음에도 증권사는 ‘사라’를 강조한 셈이다. 업계는 기업과의 관계 등의 영향으로 매도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단 입장이지만 신뢰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리포트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카이데일리가 23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30일 기준 최근 1년간 증권사 42곳(외국계 포함)의 리포트 매수 비중은 평균 83.3%로 집계됐다. 중립(보유) 비중은 13.6%, 매도 비중은 3.1%였다. 2020년 6월 말까지만 해도 매수 비중은 70%대 후반이었으나 ‘동학개미’ 열풍이 불어닥친 2020년 말부터 80%를 웃돌고 있다.
국내 증권사로 한정하면 매수 비중은 더 컸다. 국내 증권사 30곳의 매수 비중은 평균 92.7%에 달했다. 이 가운데 21곳이 90%를 넘어섰다. 교보증권 99.3%, 유진투자증권 95.8%, 대신증권 95.6%, 하나증권 95.2%, 키움증권 94.9% 등이 대표적이다. 매도 의견은 0.1%에 그쳤다. 4개 증권사(신영·iM·유진·하나)를 제외하면 나머지 26곳 모두 매도 의견(0%)이 전무했다.
코스피·코스닥시장이 1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의아한 양상이다. 지난해 9월 말 2465.07로 출발한 코스피는 2200~2800대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9월 말 2593.27로 마감했다. 이 기간 상승 폭은 5.2%다. 코스닥은 오히려 841.02에서 763.88로 9.2% 감소했다.
1년간 코스피·코스닥 2696개 종목 중 하락한 기업은 1765개로 절반을 이상이었다. 상승한 데는 881개에 불과했다. 주가가 급등락한 만큼 매수 리포트도 충분히 나올 수 있었지만 매도 리포트가 현저히 적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심지어 외국계 증권사 12곳의 매수 비중은 59.8%로 국내 증권사의 거의 절반이었다. 매도 비중도 10.7%로 국내보다 10%p 이상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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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문제는 매수 일변도 행태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증권사 24곳은 9월 이후 삼성전자에 대해 41번의 투자 의견 매수를 냈다. 매도는 없었다. 높은 전망에도 삼성전자는 8월 말 8만 원대에서 7만·6만 원대로 급락했다. 이달에는 장 중 5만 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21일 5만9000원으로 평균 목표주가(9만1583원)를 크게 밑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주식 투자에 처음 발을 들이거나 기업 분석 방법을 배우려는 이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여전히 참고하고 있다”면서 “리포트를 통해 가이드를 줘야 하는 데 덮어놓고 매수 리포트만 쓰면 소비자는 그거만 믿고서 샀다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매수 일변도 관행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올바른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한 증권업계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다수의 증권사가 그간의 관행에 대한 자성 없이 국내 시장 환경만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당국의 지적에도 관행 개선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가이던스(예상치) 산출 등 기업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매도 리포트를 쏟아내면 IR 참여 제한 등 기업 분석에 차질을 빚게 된다. 기업 대부분이 기업금융(IB)·신용공여·기업공개(IPO) 등과 관련해 잠재적 고객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어 매도 리포트를 내기 쉽지 않다”며 “홀세일(법인영업) 등 부서들이 해당 기업과 좋은 관계를 형성한 상황에서 매도 리포트를 내면 비즈니스에 치명타를 줄 수 있고 매도 리포트는 공개하지 않고 대외비로만 돌린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인 리포트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수 리포트를 내는 증권사들이 너무 많아 리서치센터가 독립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이 같은 행태가 심화하면 리서치센터가 마케팅 부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고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어 애널리스트에 대한 위상과 증권사 평판도 악화할 수 있으므로 리포트를 낼 때 신중히 판단하고 객관적인 근거에 의해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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