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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 반역의 메달
김대중의 노벨상 프로젝트 [14] 국정원장 특수사업비로 만든 DJ의 옥중수기
노벨상 후보 명단 작업에 맞춰 8월15일에 수기 발간
DJ 삼성그룹 배제 지시 등 옥중수기 발간 직접 챙겨
김기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0-24 00:03:05
 
 
[편집자 주]
2000년 12월10일,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 김대중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공로, 그리고 남북화해와 평화에 대한 노력”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온 게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탄두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대중이 전 세계를 상대로 어떻게 가짜 평화를 만들어 노벨상 사기극을 벌였는지, 어떻게 노벨평화상과 핵무기를 뒷거래했는지… 양심 증언으로 미국에서 정치적 망명을 허락받은 유일한 한국인 김기삼 변호사와 한반도 전문 국제 저널리스트 도널드 커크가 밝히는 아찔하고도 끔찍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김기삼 전 국정원 내부고발자
▲ 도널드 커크(Donald Kirk) 국제 저널리스트
 
 
 
 
 
광고
 
옥중수기 번역 출판에 매진한 이병춘
 
이병춘이 이 출판 사업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었는지는 그가 1999년 초 본부에 보고한 전문에 잘 나타나 있다. ‘대통령 옥중수기 번역 발간 관련(대:구-16603, 연:스-515,516)’이라는 제목의 전문에서 이병춘은 “현재 약 2분의 1가량을 번역했으며, 번역 작업은 최병은 및 그의 처(박경주·영문학 전공)와 장녀(최서경·외국어 능통) 등 온 가족이 합동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스웨덴어 감수는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호세 사라마고(Jose Saramago)의 작품을 번역한 한스 베르그렌(Hans Berggren)에게 의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노벨상 수상작을 번역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베르그렌에게 맡겨 옥중수기를 최고 수준의 번역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삼성그룹도 옥중수기 발간에 관여
 
이 전문에서 한 가지 매우 흥미로운 점은 옥중수기 발간 프로젝트와 관련해 삼성그룹과의 연계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춘의 전문 보고에 의하면 국정원이 이 문제에 본격 개입하기 전에 이미 삼성그룹이 이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더욱 놀랍게도 이 전문은 김대중과 그의 차남 김홍업이 관여한 정황까지도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김대중이 “삼성의 개입을 차단하라”고 지시했음을 이 전문은 전하고 있다.
 
전문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98년 4월경, 최병은이 서울에서 전라북도 옥구 출신인 고향 후배 김윤진(전 삼성생명 부장·현재 삼성 성우구락부 간사장·58세)을 접촉했다. 그리고 이때 DJ 옥중수기 번역 건에 대해 최초 발설했다. 그 후 김윤진은 삼성그룹이 문화재단을 통해 이 사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병은을 김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과 학훈단 동기인 삼성물산 지승림 부사장(구조조정본부 소속)에게 연결시켜 주었다.
 
번역 출판 건에서 배제된 삼성그룹
 
그 후 지승림은 이건희 회장에게 이 건을 보고하고 김홍업에게도 고지했다. 하지만 그 후 삼성의 출간 프로젝트는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것은 삼성 측이 2억여 원의 자금 지원을 약속하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출판위임권을 요구한 것이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전문에 의하면 삼성 측이 이 건을 대외적으로 유포하는 등 기업 이미지 제고에 이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전문은 결국 최병은이 서울을 방문하고 귀국한 한영우에게서 “기업과 연결해서 이 건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서울의 분위기다”는 말을 듣고 나서 삼성과 결별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옥중수기 번역 건을 직접 챙긴 DJ
 
한편 이병춘이 국정원에 보낸 전문에는 “대통령께서는 동 번역 추진 건과 관련 9월 중순경 차남 김홍업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특정 기업과 연결해 동 건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동 건을 보류하도록 지시하셨다”는 최병은의 전언이 기술돼 있다.
 
최병은이 이렇게 DJ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무척 크다. 왜냐하면 이는 DJ이 자신의 옥중수기 출판 건을 직접 챙겼다는 증언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DJ 자신이 노벨상 프로젝트 전체를 직접 챙긴 정황증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DJ가 삼성이 이 사업에 관여하는 것을 반대한 이유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외부에서 청와대 또는 국정원의 노벨상 프로젝트 추진에 관해 알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삼성그룹에는 이런 자질구레한(?) 사업이 아니라 대북 사업 등 좀 더 큰 사업에 대한 지원을 요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7년 투옥 당시 부인 이희호 여사 앞으로 보낸 옥중 서신. 연합뉴스
 
 
약 20만 달러의 경비가 소요된 특명 사업
 
어쨌거나 이후 이종찬과 김한정은 영수증 제출이 필요 없는 국정원장의 특수사업비에서 약 20만 달러의 경비를 지출하여 이 특명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이병춘은 스톡홀름대학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토르비호른 로디엔(Torbjorn Loden) 교수를 찾아다니며 삼고초려한 끝에 그 연구소 이름으로 책의 출판 및 감수를 맡아 줄 것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순진한 스웨덴 교수는 서울의 정보기관이 책의 이면에 무슨 꿍꿍이를 숨겨 놓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병춘은 책이 1999년 8월15일에 맞춰 출간될 수 있도록 인쇄소를 회유하고 닥달했지만 인쇄를 맡은 노드테드사는 마침 여름 휴가철이라 일손이 태부족했다. 우여곡절 끝에 책은 결국 목표한 날에서 2주일쯤 지난 8월28일에야 출간됐다.
 
8월15일에 맞춰 출간해야 했던 이유
 
이병춘이 기를 쓰고 출판 기한을 8월15일에 맞추려고 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언뜻 보기에 표면적으로는 본국의 기념일인 광복절을 축하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노림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날이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의 1999년도 수상 후보자 명단 압축 작업을 마무리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김한정과 노벨상 공작팀은 그해에도 DJ의 이름이 최종 압축 명단에 들어갈 것으로 계산하고 있었으며, 이 책 출판이 DJ의 수상자 결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국제 저명인사들에게 서문 청탁
 
이병춘은 이러한 일정을 염두에 두고 팔메 재단과 접촉했다. 팔메 재단은 스웨덴 총리로 재임하다가 피살당한 존경받는 정치인 올로프 팔메(Olof Palme)의 이름을 따서 만든 재단이다. 이병춘은 팔메 전 총리의 미망인 리스벳 팔메에게 책의 서문을 써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하여 쾌히 승락을 받았다. 이와 별도로 김한정은 미얀마의 아웅 산 수치와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에게도 각각 따로 옥중수기의 서문을 써 줄 것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춘은 1999년 8월28일 본부로 보낸 전문에서 스웨덴 국립 스톡홀롬대학이 이날 옥중서한집을 스웨덴어로 번역하여 출판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전문에서 마치 자신이 그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듯이 3인칭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전문 말미에서는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프랑스 주재 거점에 제공했고 현지 공보관과 협력·연통 등 특파원을 활용하여 국내에 관련 기사를 작성토록 협조했다”며 생색을 냈다.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의 출판기념회
 
1999년 9월10일 로디엔 소장은 스톡홀름대학 부설 아시아태평양연구소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팔메 재단의 리스벳 팔메는 물론 잉게 요한슨 전 스톡홀름대 총장, 전·현직 외교부 관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병춘은 이날 본국에 보낸 전문에서 “당초 아태연구소 측에서는 동 출판기념회를 우리 공관과 합동으로 대대적으로 개최할 것을 제의했으나 공관 측에서는 여러 정황을 고려해 국한된 관계자만 참석하는 조촐한 리셉션을 아태연구소 단독으로 개최토록 유도했다”고 보고했다.
 
그는 자칫 이 ‘눈치 없는’ 스웨덴 학자의 ‘오버’ 액션이 불러올지 모를 파장을 사전에 저지한 자신의 용의주도함을 은근히 자랑한 것이다. 로디엔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정치인인 김 대통령의 옥중서한집을 출판하게 돼서 학교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이 서한집을 통해 독자들은 김 대통령의 극진한 인류애 및 가족애, 그리고 신실한 종교관을 접하게 됨으로써 숱한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데 정신적 바탕이 되었던 김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직접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런 다음 그는 DJ의 지속적인 건강과 한국과 스웨덴의 우호 증진을 위한 건배를 제안했다.
 
△김기삼 변호사의 블로그(https://niswhistleblower.tistory.com/)를 방문하면 좀 더 상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김기삼
 
△서울대 법대 졸업
△펜 스테이트 디킨슨 법대 비교법학(LLM) 석사 졸업
△국가정보원 8년 근무
△2003년 미국 망명
△2011년 망명 확정
△(현) 미국 뉴욕주 변호사
 
도널드 커크 Donald Kirk
 
△미 프린스턴 대학 졸업
△1970년대 중반 이후 현재까지 시카고 트리뷴지(Chicago Tribune)·프랑스 파리의 IHT(International Herald Tribune)지를 비롯해 50년간 한반도 문제 전문 최고령 현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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