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부모들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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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연 ‘채식주의자’ 전국 초·중·고 도서관 비치 반대
문학적 성과와 대중적 접근성 사이의 경계 논쟁 필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5 00:02:02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비치되는 것을 둘러싸고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 단체들은 이 작품이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노벨상 수상으로 서점에서는 한강 작가의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이 시점에 왜 학부모들은 이 작품을 거부하는 것일까.

최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의 학교 도서관 비치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19금 성인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 관람 가능 영화가 될 수 없다”며 소설 ‘채식주의자’의 전국 초·중·고 도서관 비치를 반대했다.

우선, 채식주의자에 대한 학부모들의 주요 반대 이유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성적 묘사와 폭력성에 대한 우려다. 학부모 단체는 이 소설이 “형부가 처제의 나체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과 성행위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등 성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청소년이 접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학부모 단체들은 이번에 문제가 된 채식주의자 외에도 지나친 성적 묘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성교육 도서에 대한 퇴출 요구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성교육 도서의 경우 청소년 보호법 기준에 따라 선정적인 내용이 포함되면 청소년 유해매체로 간주된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채식주의자’에 등장하는 묘사 역시 학부모들에게는 유해 콘텐츠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일지라도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수상하고 한강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으로 급부상했지만, 학부모들은 성숙한 독자들만이 이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성인이 아닌 청소년이 이 작품을 읽게 될 경우, 내용의 메시지를 이해하기보다는 자극적인 장면들에만 주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는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모든 연령대의 독자에게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논리와 맞물린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말 대단하고 기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읽게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한 작품의 문학적 성과와 대중적 접근성 사이의 경계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한강 작품의 문학적 성과는 별개로 다뤄져야 할 문제다. 다만 학부모 단체들과 김민전 의원 등이 제기하는 문제는 당장 우리 아이들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결정짓는 데 필요한 엄중하고도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사실 초·중·고 성교육 도서와 관련된 논란은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시절이던 2021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성교육 도서들이 아직은 어린 학생들의 성 발달 수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학부모들을 경악케 한 것이다. 당시 본지 특별 취재 결과 이 도서들에는 아직 성 인지 발달 과정에 있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성관계 모습과 심지어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듯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현재의 성교육 방식은 특정 이념적 주입에서 출발했고 특히 서울의 경우 조희연 교육감 체제에서 그런 경향이 심화된 것이 사실이다.

야권에서는 학부모들의 ‘채식주의자’ 도서 비치 반대 움직임을 두고 ‘시대착오적 도서 검열’이니 ‘자유로운 표현과 문화적 다양성 억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문화 영역과 마찬가지로 소설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겠다고 우리 청소년이 유해한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걸 허용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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